북한이 영변 핵 시설 불능화 작업을 중단하고 원상 복구에 돌입하면서 북핵 해결 국면에 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조치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과잉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북한도 아직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눈치를 살피는 형국이다.
양측이 타협점을 찾는다면 핵 신고서 검증의정서에 합의하는 극적 결과도 나올 수 있다. 물론 서로 강수를 교환하다 보면 11월 미 대선 국면과 맞물려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영변 시설 원상 복구를 예고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지난달 26일)à미국 측에 원상 복구 개시 결정 통보(2일)à일부 장비를 창고에서 꺼내는 작업 시작(3일)' 등 일련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4일 북한의 도발에 절제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조치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10월 말까지 완료하기로 돼있는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도 "현재로서는 계획대로 해나갈 생각"(유명환 외교부 장관)이라고 확인했다.
유 장관은 또 "과잉대응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우선 대북 협상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꺼냈다는 장비도 불능화 작업 시 제거했던 전선 등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결국 협상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동안 6자회담 무대에서 사라졌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다시 전면에 나선 것도 북미 협상 재개를 상징하는 조치로 읽힌다. 힐 차관보는 5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찾는다. 한국과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와의 협의가 표면적 이유지만 베이징에서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북미 협상이 시작되고 검증 문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인 시료 채취 방안을 놓고 절충안을 찾는다면 미국은 그 동안 유보했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조치에 나서고, 북핵 협상은 3단계 폐기 국면으로 돌입할 수도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번 협의가 결렬될 경우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 북한이 핵 재처리시설 복구에 나서고, 한미는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을 중단하면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9월 중순을 넘어가면 미국 대선(11월4일)이 본격화하면서 물러나는 부시 행정부와 북한이 협상할 이유가 사라진다.
결국 미국에 새 행정부가 출범해 외교라인이 정비되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협상이 본격화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북핵 피로감이 국제사회에 극대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봉쇄가 강화되고, 북한도 2차 핵실험 등 악수를 들고 나와 파국으로 치달을 위험성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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