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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민간보험과 공보험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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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민간보험과 공보험의 조화

입력
2008.09.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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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는 1977년 도입 이후 국민 평균수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모든 국민이 기본적 의료혜택을 누리게 하는 등 복지증진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아직 총 의료비 중 약 40%를 환자가 직접 부담하고 있어 국민건강보험의 사각지대가 넓은 것 또한 현실이다. 이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높아 가계, 특히 중증환자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신 의료서비스의 대부분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제외된 '비급여'항목에 해당한다.

이러한 비급여 의료비용에 대한 가계 부담을 경감하는 역할을 해 온 것이 민간부문의 상해ㆍ질병치료보험(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이다. 즉, 민영보험은 공보험을 보완하는 역할을 떠맡아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국민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보완해 온 민간 주도의 실손형 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출범시기와 비슷한 1970년대 이후 30년 이상 손해보험회사가 판매해 왔다. 실손형 민영 의료보험이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고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사적 계약과 시장기능에 의해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왔다는 방증이다. 상해ㆍ질병 치료보험에는 현재 1,500만 명이 가입하고 있으며, 2007년 한 해 동안에만 1조원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국민의료비 경감에 일조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국민의료비 규모는 2000년 26.5조원에서 2006년 54.5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1인당 의료비 지출 도 2006년 113만원으로 전년 대비 12%나 증가했다. 이처럼 의료비용이 폭증해 국고 보조금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는 해마다 심화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참여정부 말기 소위 한 '실세장관'은 "상해ㆍ질병 치료보험이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해 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킨다"며 상해ㆍ질병 치료보험이 의료실비 100%를 모두 보장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적자의 원인을 민영보험 탓으로 돌리고, 상해ㆍ질병 치료보험의 보장제한을 통해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고자 하는 정책은 국민들에게 더 큰 의료비 부담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부 주장과 달리, 상해ㆍ질병 치료보험이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킨다는 가설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2006년 참여정부가 발주하고 국책 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실증분석 결과도 "상해ㆍ질병 치료보험 가입자의 의료 이용량이 비가입자보다 높지 않아 상해ㆍ질병 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킨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한 바 있다.

특히 상해ㆍ질병 치료보험 가입률이 가장 높은 소득계층은 월소득 100만~200만원의 서민층으로, 월 보험료 2만~3만원 수준의 저렴한 민영의료보험 가입을 통해 국민건강보험이 책임지지 못하는 의료비용을 보상 받고 있다.

2000년 이후 건강보험 재정악화의 핵심 원인은 ▦생활수준 향상 ▦급격한 고령화 ▦건강보험공단의 방만한 경영 ▦건강보험 기금화 지연 등이다. 이런 근본적 원인은 제쳐두고 만만한 민간기업, 민영보험을 물고 늘어지는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 경기불황에 물가불안까지 겹친 마당에 국민건강보험료 인상은 한계가 명백할 뿐더러 사회적 저항까지 야기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건강보험재정의 안정화와 국민의료비 부담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국민건강보험의 보완 역할을 해온 상해ㆍ질병 치료보험의 보장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인 공ㆍ사보험 간 연계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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