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시장의 '9월 위기설'을 부추기는 악성루머의 진원지를 적발해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외환과 주식시장이 패닉 양상을 보인 배경에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왜곡하는 악의적 소문을 퍼뜨려 차익을 챙기려는 세력의 장난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련부처는 물론 민간기업 사장단까지 내세워 위기설 진화에 안간 힘을 쓰던 정부가 급기야 시장의 불순세력을 색출해 본때를 보일 모양이다.
금융위원회가 적시한 단속사항은 근거 없는 유동성 위기설 등 금융불안 조성자료와 특정기업에 대한 음해성 루머 및 객관적 투자 판단을 교란하는 자료를 생산, 유포하는 행위다. 그런데 솔직히 웃음이 먼저 나온다. 바로 이런 시장 교란행위를 감시ㆍ 단속하기 위해 존재하는 금융위가 지금껏 뭘 하다가 부랴부랴 이런 걸 대책이라고 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직무유기를 자인하는 꼴이다.
금융위의 엄포는 금융시장 혼란이 위기설에 늑장 대처한 정부와 불성실 공시 등으로 시장불신을 자초한 몇몇 대기업에 의해 촉발되고 가중됐다는 점에서 애초 방향을 잘못 잡았다. 불순세력이 날뛸 공간을 제공한 정부와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는 눈감은 채, '작은 도둑'에 모든 책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실 60억 달러 남짓한 외국인 보유 채권의 일시환매 가능성에 따른 9월 위기설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런데도 정부의 말처럼 극소수 음모ㆍ 투기세력이 장난질을 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나 시장에 뭔가 심각한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거나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반증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까지 나서 위기설을 일축하는데도 몇몇 외신이 외환동향에 주목하며 '검은 9월' 운운하는 근본책임은 정부에 있다. 환율정책을 놓고 오락가락한 정부는 그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시장상황에 역행하는 개입을 반복, 스스로 발목을 묶고 투기세력의 입지만 넓혔다. 이에 대한 정직한 반성 없이는 컨트롤 타워 부재를 드러낸 우리 시장이 불순세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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