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매체가 도입되면 막연하게나마 기대를 갖게 마련이다. 케이블TV가 그랬고 위성방송이 그랬다. 물론 그때마다 사업 추진 주체들이 내세웠던 지나치게 과장된 '장밋빛 뉴미디어시대'나 믿기 어려웠던 엄청난 고용창출 전망들을 눈감아 준 측면도 있다.
그런데 IPTV(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한 TV)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분명 기술적으로는 지금까지 등장한 어느 매체보다도 진일보한 것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지난 10년과 달리 규제완화와 시장경쟁을 중시하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안정된 자본과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추진하는 신규 융합형방송서비스이다. 그럼에도 왜 누구도 이 사업을 희망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새롭게 등장하는 IPTV사업자 아니 거대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진정 방송 사업을 하려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가셔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몇 번에 걸친 신규 방송사업자들의 악전고투 사례들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방송사업이라는 것이 당장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방송시장의 견고한 진입장벽이 문제일 수도 있고, 방송시장이 어느 교수의 주장처럼 '적지 않은 떡값이 필요한 시장'이라서 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 IPTV 추진 주체들 누구도 진정한 사업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도리어 시장의 왜곡된 구조만 탓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콘텐츠 동등접근 규정과 같은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보여준 과도한 편승의지는 그래도 신규사업자로서 충분히 희망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보여주고 있는, 개별 콘텐츠사업자들에 대한 '정중한 요구(?)'는 IPTV사업 진정성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넘어 확신을 갖게 만들고 있다.
지난 주 사업자 신청을 마감하고 현재 사업자 허가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마 이변이 없는 한, 신청한 사업자들 모두가 허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렇게 일사천리로 제도적 절차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이들이 진정 방송사업자로 인식되려면 적지 않은 난관을 거쳐야 할 것이다.
어쩌면 규제기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손쉽게 방송시장에 진입한 것에 반비례해서 시장안착은 그만큼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도리어 제도라는 우산 아래 안주해 소극적인 사업을 영위하게 된다면, IPTV는 인터넷부가서비스 가입자를 방어하기 위한 통신사업자의 보조서비스라는 인식만 확고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IPTV사업자들은 당장의 편리한 방법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디지털융합시대 방송서비스를 주도하기 위한 전향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IPTV사업자를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과연 어느 사업자가 진정 방송사업자가 되려고 하는가를 가장 우선적으로 판단해야만 할 것이다.
몇 번에 걸친 신규 방송사업자들의 시장진입실패를 지나치게 의식해, 규제기관이 인위적으로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 사업자들을 시장에서 고립시키고 결국 경쟁력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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