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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계층'은 서럽다/ 정부 각종 지원은 비켜가고, 불황 고통은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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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계층'은 서럽다/ 정부 각종 지원은 비켜가고, 불황 고통은 고스란히…

입력
2008.09.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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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년 전 10억원을 주고 아파트를 샀던 A씨. 그새 값이 배로 뛰어 20억원이 됐다. 정부 감세안 대로 앞으로 낼 세금을 따져보니, 종부세를 포함해 보유세가 290만원 줄게 됐다. 팔까 생각해서 양도세 부담을 계산해봤는데 이 역시 1억원이나 줄어든다. 자녀에게 물려주면 상속ㆍ증여세를 무려 3억4,000만원이나 덜 수 있다. A씨의 감세혜택을 이뿐 만이 아니다. 연봉 1억원인 그는 근로소득세에서도 172만원이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2 연봉 2,000만원의 무주택자 B씨. 지금도 소득세는 10만원밖에 되지 않지만, 앞으론 5만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다 내년에는 1년간 유가환급금 24만원도 받는다. 정부가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주택바우처 사업도 신청할 생각이다.

#3 연봉 4,000만원에 5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 C씨는 소득세에서 53만원 줄어드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 양도세나 종부세는 원래부터 물지 않아도 되니 달라질 게 없고, 그렇다고 영세서민들이나 받는 유가환급금 역시 남의 일이다.

똑같이 자녀 2명을 키우는 가장 3명이 이명박 정부가 감세방안과 민생대책에서 약속한 각종 혜택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해봤다. 평범한 중산서민층인 C씨는 사실상 마이너스. 돈 많고 세금 많이 내는 부유층과 사회복지서비스가 집중되는 영세민의 사이에 낀 채, 경제난에 신음하고 정부 지원에서도 소외되는 이중의 서러움이 크다.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는 것도 서민층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지난 1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서 서민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세목은 소득세 인하가 거의 유일하고,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상속ㆍ증여세 등 주로 부유층에 과세되는 세금이 많다. 소득세의 경우 그나마 소득수준에 차등을 두지 않고 일괄 2%씩 세율을 낮춰 고소득층에 돌아가는 감세 혜택이 상대적으로 크다.

양도세와 종부세는 6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을 갖고 있는 극소수의 집부자나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시가 6억원이 넘는 주택은 전체 1,356만호 중 4.3%(58만호)에 불과하다.

상속세는 최고 세율을 50%에서 33%로 크게 낮췄는데, 배우자공제 등의 명목으로 기본 10억원이 과표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자산가가 아니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극히 일부의 부유층을 위한 감세다. 평범한 중산서민층 부모에게서 태어나 6억원이 안 되는 집 한 채를 갖고 있는 정도라면, 큰 감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중산ㆍ서민층을 위해 추진하는 각종 지원책도 대개 중산서민층을 비켜가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최대 24만원까지 세금을 돌려주는 유가환급금,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근로장려세제(EITC), 주택바우처 등 각종 민생 대책은 영세민에게 쏠려 있다.

EITC는 가족이 벌어들인 총 소득이 연 1,700만원을 넘지 않고 18세 미만 자녀 2명을 키우며 재산이 1억원을 넘지 않는 가구가 지원 대상. 이번 세제 개편에서 최대 지원금액을 기존 8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늘렸다. 내년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주택바우처 제도도 월 평균소득 176만원 이하(연 2,004만원 이하) 가구에 대해서만 지원이 이뤄진다.

연봉이 3,600만원을 넘는 근로자는 유가환급금도 받지 못한다. 정부는 유가환급금으로 연 급여 3,000만원 미만의 근로자에 24만원, 3,000만~3,600만원 근로자에 18만~6만원을 지급하고, 86만가구에 달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운데 중증장애인 3만가구에도 월 2만원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정부에 따르면 유가환급금이 전체 근로자의 78%에 이뤄질 정도로 폭넓은 혜택이 돌아간다고 하니, 월 5,000원~2만원꼴의 유가환급금마저도 받지 못하는 중간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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