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공정의 여파로 인한 한국내 반중(反中) 감정과 베이징올림픽에서 드러난 노골적인 혐한(嫌韓)정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 역사를 점검하고 역사인식의 간극을 좁힐 대안을 제시하는 학술행사가 열린다.
동북아역사재단과 베이징대가 4,5일 '동북아 관계사의 성격'을 주제로 여는 국제학술회의에는 한ㆍ중의 중견 사학자 20여명이 고조선과 고대중국 제국들과의 관계로부터 한청조약(1899)까지 양국 관계사를 통시대적으로 점검한다.
대회에 참가한 학자들은 최근의 양국민간 갈등에 대해 "역사분쟁은 학문적 진실 만이 해결의 길이 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왕 위엔저우(王元周) 베이징대 교수는 5일 중국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정적 인식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의 문제를 분석, 양 국민간의 소통을 꾀하자고 제안한다.
왕 교수는 18세기 조선 사대부들의 소중화 의식과 구한말 조선조정의 배청의식, 민족주의를 정립하기 위해 중국에 대립각을 세웠던 신채호 , 박은식 등 20세기초 계몽사학자들의 역사서술, 중국인들이 조선에 와서 조선인의 경제적 이익을 빼앗아간다고 생각했던 식민지시기의 민중정서 등이 결합돼 한국인들의 부정적인 대중국 의식이 형성됐다고 파악한다.
왕 교수는 특히 20세기초 계몽사학자들에 대해 "이들은 역사에서 조선의 민족 자주정신을 발굴했지만 금지된 분야인 일본 대신 중국과 관련된 부분부터 손을 댔다"며 "역사적으로 일찍부터 중국은 일본의 속죄양이 됐다"고 갈파했다.
그는 "한국의 해외독립운동의 주요한 무대가 중국이었기 때문에 중국인은 한국인과 만날 때면 역사적 기억 속에서 한국독립을 도와야 한다는 묵직한 책임감을 느꼈으나, 한국인은 일종의 굴욕감이 마음에 솟아난듯하다"며 "양국관계를 새롭게 하기위해서 반드시 이러한 역사기억과 민족심리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진 서울대 교수는 근세 이래 책봉조공체제를 한청조약이라는 근대적 외교관계로 변신시킨 양국의 역사적 경험을 되짚어 갈등해결의 해법을 찾자고 제안한다. 명의 조공체제를 패권의식의 발현, 청의 조공체제를 유화주의로 해석하는 시각이 독특하다.
그는 "명은 고려말부터 근 200여년간 왕실의 혈통을 담보로 조선에 압박외교를 펼친 반면, 청은 한족을 비롯한 다수 종족 끌어안기에 주력했다"며 "현재 중국이 한국에 대해 일으키고 있는 고구려사 분쟁은 전자의 유형과 가깝다"고 파악했다.
그는 "최근의 역사분쟁은 의식면에서 옛 것에 머물고 있는 것이 발현되고 있는 것으로 힘의 논리 대신 규범주의의 국제법적 질서확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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