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열기에 더 뜨거운 열기를 더했던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경기는 끝났지만, 우리에게 후유증은 남았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바로 중국의 한국 혐오증이다. 우리로서는 믿기 어려운, 또 믿기 싫은 현상이다. 그 실체도 분명치 않다. '한국 혐오증'이라니?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얼마 전 중국 관방에서 과도한 한류(韓流)가 중국 일반 인민에 끼치는 영향을 의식하여 관방 차원의 '전략'을 수립해 실시한다는 보도를 본 것 같아서 이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보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 혐오증의 추측적 기원(起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문제는 이 정확한 실체를 밝히기 어려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필자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주로 컴퓨터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확산되거나 왜곡되어 현실에 나타난 경우가 '혐오증' 현상을 주도한 바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인들과 얘기하면 심각한 '반한 정서'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들은 한류에 대한 인상과 생각을 많이 얘기하는데, 이는 순수한 자발적인 감정의 행사(行使)이지 정치적 의도나 사회적 조작 차원 같은 배경은 찾기 힘들다.
그래서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는 두 가지 차원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표면적이고 조작적인 차원과 본질적이고 진정성이 높은 차원이다. 표면적으로 우세하고 대세인 것같이 보이는 현상이 사실은 소수 사회 조작 권력에 의해 계획되어져 실행된 정책적 차원에 기인하며, 일반 다수 의견과 대세는 표면적으로 부각된 내용과 아주 다를 가능성이 많다. 그러므로 현재의 사회ㆍ정치적 구조와 일반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가와 민족의 역사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사실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막연히 이러한 현상에는 양국 모두 책임 있다는 식의 논리는 문제 해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찾아내려는 다각적인 노력이다. 그것이 바람직한 양국 관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된다.
무엇보다 양국의 과거 역사와 현재의 교류 및 상호 영향 관계 등의 역사적, 정치적 구조 등에 기반을 둔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인식을 가지고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 사회주의 독재 국가, 단일 집권 체제, 경제 발전과 그로 인한 사회의 다원화, 특히 근대 이후 중국 민족성과 민족주의 굴기와 관계되어 있는 역사적 맥락에 있는 문제들을 심도 깊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의해야 할 점은 중국 당국의 주도 하에 행해지는 역사 교육과 한국인들의 감정적인 중국 관련 언행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벌어지는 이런 현상들은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발생할 것이 올림픽을 계기로 조금 빨리 나타났을 수도 있다. 한ㆍ중 양국이 스스로가 급격히 변화하는 와중에서 바라보는 상대방의 모습 역시 급격히 변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양국이 과거 오랜 기간 문화적 유산을 공유해왔지만 이제는 미래를 향한 양국 관계의 변화 조짐이 근본적인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번 '혐한'(嫌韓, 한국 혐오) 파동'에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명확한 한 가지는 역설적으로 바로 두 나라가 그래서 더욱 더 우호 협력하여 살아 나가야만 한다는 평범한 진리인지 모른다.
이상옥 전주대 교수ㆍ중국정치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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