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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女 "전재산 훔쳐간 탈북男 잡아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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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女 "전재산 훔쳐간 탈북男 잡아주오"

입력
2008.09.0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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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밤 11시.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에 초췌한 모습의 30대 여성이 허겁지겁 들어왔다. "방금 런던에서 왔다"고 밝힌 강모(38)씨는 "영국으로 꾀어낸 뒤 내 전재산 5,000여만원을 갖고 도망친 사기꾼 송모(39)씨를 잡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강씨에 따르면 탈북자로 2005년 비슷한 시기에 입국한 두 사람은 그 해 8~12월 탈북자 정착 지원 시설 하나원에서 함께 교육을 받으며 알게 됐다. 송씨는 함께 탈북한 아내와 두 아들이 버젓이 서울에 있는데도 강씨에게 접근, "아내와 이혼했다.

이제 내가 너희 모녀를 책임지겠다"고 꾀었고 지난해 10월부터 동거를 했다. 그러나 송씨의 목표는 강씨가 중국에서 돼지를 키워 팔아 모은 3,200만원과 정부지원금 등 돈 5,300만원이었다.

송씨는 올 초 강씨에게 "영국에 가서 난민 지위를 받아 살자"고 제안했고, 2월 홍콩을 거쳐 탈북자의 영국행을 주선하는 브로커를 통해 영국으로 건너갔다. 강씨는 전재산을 영국 돈 3만 파운드로 바꿔 여덟 살 난 딸의 복대에 숨겨 출국했다.

강씨 모녀와 난민 보호시설에서 지내던 송씨는 3만 파운드과 강씨 모녀의 한국여권, 주민등록증을 훔쳐 지난달 19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버림받은 강씨는 한국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귀국했고, 곧장 송씨의 일원동 집을 관할하는 강남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은 2일 송씨를 체포하고 강씨 모녀의 신분증과 은행통장 등 물증을 확보, 3일 절도와 약취유인, 혼인빙자간음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탈북자 사이에서 한국국적 취득을 숨기고 영국 등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주택과 정착금을 받는 수법이 성행하고 있지만,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으로 처벌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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