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묵은 원한이 풀릴까.
터키와 아르메니아 정상이 6일 '역사적인' 만남을 갖는다. 형식을 갖춘 정상회담도 아니고 단지 몇 시간 얼굴을 보는 것이 전부지만 의미는 남다르다. 양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터키 대통령이 아르메니아 땅을 밟는 것은 100년 동안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두 나라 국경은 폐쇄돼 있고 외교 관계도 단절된 상태다.
AFP통신은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이 세르즈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6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열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축구 유럽 예선전을 관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터키 대통령실은 웹사이트를 통해 "이번 방문이 공통의 역사를 지닌 두 나라의 장애를 없애고 새로운 역사적 기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르키샨 대통령도 귤 대통령이 보낸 특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지역 안정을 위한 모든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와 터키는 최근 러시아와 전쟁을 치른 그루지야와 인접해 있는데다 역사적으로 갈등의 골이 뿌리깊기 때문에 분쟁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져 왔다.
두 나라 관계가 적대적 관계로 변한 것은 1차 세계 대전 당시 벌어졌던 오스만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사건을 둘러싼 입장차 때문이다. 아르메니아는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이 1915~1917년 아르메니아의 독립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150만 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해 왔다.
20여 개 국가가 이를 인정했고, 프랑스도 2001년 아르메니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터키는 그러나 오스만 제국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두 나라 국민의 충돌 또는 아르메니아인 내부 다툼으로 사람들이 숨졌을 뿐이라며 집단학살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터키는 1991년 아르메니아가 구 소련에서 독립한 후 민감한 이슈였던 대량학살 사건을 언급하자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1993년 기독교가 다수인 아르메니아가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과 영토 분쟁에 돌입하자 터키가 아르메니아 국경을 폐쇄해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외교 전문가들은 "두 나라 역사를 조금만 이해한다면 이번 만남의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외교관계 복원이 화해의 첫 조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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