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 요구를 놓고 청와대와 불교계가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처음 불교계가 이 정부의 '종교 편향'에 반발할 때만 해도 어 청장 문제는 중심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종교 편향' 공직자의 상징처럼 부각됐다. 특히 정부가 상처 입은 '불심'을 달랠 마땅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양쪽의 자존심 싸움에 핵심 쟁점이 됐다.
어 청장은 '전국경찰 복음화 금식 대성회' 포스터에 자신의 사진이 실리도록 하는 등 공직자로서 조심스레 처신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그러나 조기에 적극적으로 불교계의 응어리를 풀어주지 못한 청와대의 책임이 크다. 문제는 양측의 지루한 줄다리기로 종교 간의 갈등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와 당ㆍ청 간의 불협화음이 커지는 등 정치ㆍ사회적 안정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경제 불안과 더불어 어 청장 문제를 대정부 공세의 중심으로 삼은 야당의 '만수와 청수' 전략도 '쇠고기 파동' 못지않은 파괴력을 간파한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비춰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의 인식은 아직 안이하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등이 이 대통령의 적극적 사과 또는 유감 표명과 어
청장 퇴진 필요성을 시사한 데 대해 청와대는 '불편한 심사'를 피력했을 뿐이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과 원칙'이 흔들릴 수 있고, 임기가 있는 경찰청장을 내칠 만큼 중대한 잘못이 있는지 의문이고, 여기서 밀리면 모처럼 되찾은 정국 주도권을 잃게 된다는 등의 고려에서다. 이에 따라 9일로 예정된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이렇다 할 대답이 나오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불교계의 요구를 정치색에 물든 '떼법'으로 여긴다면 위험한 착각이다. 불교계의 '4대 요구' 가운데 대통령의 사과와 어 청장 퇴진은 정치성을 띤 무리한 요구로만 보기 어렵다. 머뭇거리며 결단을 미룰수록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만 두드러질 수 있다. 끝내 어 청장을 지키겠다면, 그 명분이라도 분명하게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그게 국정 최고책임자의 올바른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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