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8월 31일 민주당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6~70곳 정도로 통폐합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각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어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차원에서 한나라당과 선진당 등이 긍정적 입장을 취한 반면,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하여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와 정부는 정치권과 달리 신중한 태도다.
사회ㆍ경제 변화 따른 개편 필요
현재 논란 되는 지방행정구역 개편 방향은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광역과 기초로 분리되어 있는 자치계층을 단일계층으로 통합하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의 규모를 확대하여 70여 곳으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지방행정구역 개편은 해묵은 과제이다. 1995년 민선 단체장 체제가 출범한 이듬해인 1996년부터 지금까지 정치권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방행정구역의 개편 필요성을 제기한 다수 주장은 자치단체 규모를 현재보다 확대하자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다. 현재의 지방행정구역은 100년 전에 만들어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그간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행정구역의 구조를 가급적 단층화, 경량화, 간편화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지방행정구역 확대는 중앙집권화를 초래, 지방자치의 근본 이념인 자율성과 민주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시대와 여건 변화에 따라 지방행정구역의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오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ㆍ 정책적 합의가 쉽지 않은 것은 지방행정구역 제도가 지닌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방행정구역은 한 나라의 통치구조를 결정하는 기반인 동시에 역사적으로 국민의 정서와 생활을 담아 온 그릇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런 행정구역 개편 논란에서 바람직한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첫째, 단일계층을 전제로 70여 곳으로 광역화하는 것이 과연 시대와 사회 변화에 부합하는 구조인가 하는 점이다.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국가 중에서 단일 자치계층을 보유한 나라가 소수라는 점에서 단층화 효과에 대한 경험적 검증이 완벽하지 못하다. 또 인구를 기준으로 적정한 지방자치단체의 규모를 가늠해볼 때, 현재 우리 자치단체 크기가 작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행정구역의 개편 논의가 효율성 논리에 편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체성과 효율성 함께 돌봐야
둘째로, 행정구역 개편에 긴요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이 무산된 것에서 보듯이, 지방행정구역 개편에는 다양한 이해가 충돌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현재의 행정구역을 기초로 형성된 지역적 정체성이 희석될 것이라는 지역민의 우려를 우선 보살펴야 한다.
또 개편론이 강조하는 행정 효율성을 실제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적 기득권을 큰 반발 없이 포기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지역민들의 집단적 반발과 기득권자들의 강력한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혜로운 대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지방행정구역의 올바른 개편은 나라 전체와 지역의 발전에 획기적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어떤 국가 정책보다 신중한 논의와 합리적 선택이 필요하다. 개편 원칙을 놓고 마냥 다투기보다 구체적 방향과 실행 전략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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