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년 전만 해도 대출 받아 산 집값이 오르고, 가입한 펀드들도 높은 수익률을 내는 바람에 마치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익을 실현하지 않은 상황에서 차도 바꾸고 해외여행도 다녀오는 등 행복한 시절을 보냈지요. 그런데 올해 국내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출금리는 올라가고 펀드손실은 하루가 무섭게 늘어났습니다. 난생 처음 가계파탄의 위기를 맞아 후회와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도와주세요.
A
요즘 상담을 하다 보면 이렇게 막연한 고민을 들고 오시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재테크 지식을 갖춘 고객들이 더 나은 투자방법을 묻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예상치 못한 경기침체로 피해가 속출하면서 평소 재테크에 관심이 없던 고객들이 상담해오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지요.
이런 고객들에게 당장 어떤 상품에 얼마를 투자하라는 얘기는 마이동풍일 따름입니다. 사고방식부터 생활습관까지 삶 전반에 걸친 혁신을 하지 않으면 가계파탄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올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을 적절한 방식으로 극복한다면 손해를 줄일 수 있을 뿐더러 더욱 부유해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일단 저와 함께 '상상 놀이'를 해보시죠. 우리 가족을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고 가정해 보는 겁니다. 1997년 외환위기에서 쓰러지지 않고 더욱 발전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기업의 현실을 직시한 후 자산 중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거쳤다는 겁니다.
일대 위기에 처한 '우리가족 주식회사'도 위기를 극복한 기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구조조정은 구성원의 희생을 필요로 합니다. 희생을 달게 감내하기 위해서는 전 구성원이 철저한 '주인의식'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알려드리자면, 가족 모두에게 구체적인 직책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빠는 대표이사, 엄마는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관리 담당 부사장, 큰 딸은 가족 건강 담당자, 작은 아들은 집안 위생 담당자 등으로 말이죠.
그 다음에는 우리가족 주식회사의 재무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자산, 부채, 순자산 등으로 구성된 재무제표를 작성해보죠.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표 왼쪽에는 자산을 적습니다. 보통 부동산(주택, 땅)과 금융(저축, 펀드, 보험 등) 등으로 구성될 겁니다. 오른쪽에는 부채와 순자산을 기재합니다. 부채는 보통 주택담보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에서 빌려 쓴 돈 등이 해당됩니다. 그리고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 금액을 적습니다.
세 번째로는 손익계산서를 작성해 봅시다. 손익계산서를 작성한다는 건 '절약'의 인생관에서 '투자'의 인생관으로 옮아간다는 걸 의미합니다. 손익계산서 왼쪽에는 월급을 포함한 모든 수입을 적고, 오른쪽에는 매출원가(생활비)와 순이익(예금, 펀드, 보험 등)을 기재합니다. 그럼 지출 중 순이익 부문에 몇 퍼센트를 투자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순이익은 적어도 30% 이상 유지하기를 권합니다. 펀드나 보험, 예금 등도 막연하게 하지 말고 각각의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게 좋습니다. A펀드는 '자녀교육비', B보험은 '부부 노후자금' 등으로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족 주식회사의 단기ㆍ중기ㆍ장기 목표를 작성하되, 최대한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돈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해봅니다. 노후, 교육, 자녀결혼, 주택마련, 가족여행 등은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입니다.
여기까지 오셨으면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는 모두 마친 셈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절로 얻게 될 겁니다. 우선 '구체적인' 위기의식이 생길 겁니다. 단돈 10원도 소중하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럼 절약하는 습관이 절로 몸에 밸 겁니다.
다음으로는 생산성 향상(수익률 제고) 방안을 간절하게 구하게 될 겁니다. 기존 수입만으로는 목표를 절대 달성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을 테니까요. 다양한 재테크 방법을 적극적으로 공부하게 될 거고, 좋은 투자 상품을 고르는 실력을 키우게 될 겁니다.
돈 쓸 궁리만 하던 가족회의는 이제 상시적인 구조조정본부로서 작동하게 됩니다. 가끔은 아버지 회사의 회계담당 과장을 가족회의에 초대해 재무 컨설팅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이렇게 습관이 바뀌고 생활이 달라지면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지는 법입니다. "돈 버는 상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돈 버는 생활습관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박승안 우리 프라이빗뱅킹 강남센터 PB 정리=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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