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기호와 취향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좋은 말로 때깔 나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습관의 누적인지도 모른다. 팔방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잡다하게 즐길 수도 있고, 마니아 혹은 중독자 소리를 들을 만큼 어느 한 가지에만 푹 빠질 수도 있겠지만, 암튼 그걸 하지 않으면 허무해진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다! 한국인은 경제력에 힘입어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마음껏은 아닐지라도 재량껏은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하는 게 사랑이라면 남이 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존중심도 발전해서, 옛날 같으면 "저거 돌았나?" 소리를 들었을 각양각색의 취미활동을 활발하게 구가하고 있다. 나의 기호와 취향이 남에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지극히 소중한 것이라면, 남의 기호와 취향도 이해는 안 되지만 소중한 것이리라. 기호와 취향 따위가 그럴진대 종교 같은 큰 믿음의 문제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만하게, 종교분쟁을 모르고 살아온 것은, 내 믿음에 대한 자긍심 못지않게 남의 믿음에 대한 존중심이 충만했기 때문일 테다. 사랑을 외치는 몇몇 분들의 지하철 설교식 막 나가기와, 자비를 외치는 분들의 분노는, 존중심 부족 때문이 아닐까. 하여간 사랑과 자비가 진흙탕에서 싸우니 참 꼴불견이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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