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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번역 '조선 소품문' 집대성… '고전산문산책' 펴낸 안대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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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번역 '조선 소품문' 집대성… '고전산문산책' 펴낸 안대회 교수

입력
2008.09.0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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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문학작품은 예나 지금이나 불온의 정신을 표방합니다. 한두 명의 작가가 아니라 여러 작가가 참여해 조선후기 문학의 큰 흐름을 이뤘던 '소품문(小品文) 운동' 도 보수적인 현실에 대항하는 불온한 문학이었지요."

<조선의 프로페셔널> , <연경, 담배의 모든 것> 등 18, 19세기 조선후기 아웃사이더들의 삶과 글을 현대적인 문체로 일반인들에게 소개해 온 안대회(47)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그가 8년에 걸친 자신의 학문적 노력을 일단락 짓는 <고전산문산책> (휴머니스트 발행)을 펴냈다.

17세기의 허균에서 시작해 18세기를 수놓았던 박지원, 이덕무 그리고 19세기의 정약용, 홍길주로 이어지는 작가 23명의 '소품' 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영남대에 재직하고 있던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계간지 '문학과 경계' 월간지 '현대시학'에 연재된 글 160여편을 수정ㆍ보완했다.

"조선 500년 내내 문학의 주류는 형이상학적 글쓰기인 고문(古文)이었고 '소품'이란 자질구레한 비주류로 취급됐지요. 그러나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소품문이 중요한 문학사적 현상으로 떠오릅니다. 그 실체를 인정하고 정당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소품문이란 현대적 장르로 말하자면 경수필에 해당한다. 고문이 정치ㆍ윤리 등 거대담론을 엄격한 틀을 지켜가며 쓴 글이라면 소품문은 비정치적이며 일상적이고 사적인 소재를 자유롭고 실험적으로 쓴 글이다. 왜 소품문이 매력적일까? "삶의 디테일을 담고 있어 지금 보아도 옛날 글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새와 곤충과 풀을 다룬 이서구의 글, 폭포에서의 희유(戱遊)를 담은 정약용의 글, 꽃에 미친 남자를 다룬 박제가의 글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같은 글은 단순한 스타일의 변화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적 개인의 자기표출'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가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작가는 이옥. 국왕이 출제한 과거시험에 소품체 과문을 제출, 이른바 '문체반정(文體反正)'의 시범케이스로 성균관에서 쫓겨나고 군역까지 부과받았지만 "나는 심심해서 글을 쓴다"며 조선 최초로 소품작가를 자처한 문필가다.

오로지 풍경에 대한 묘사와 열거로만 이루어진 '시장'(市記)이나 사대부 청년과 중인여성의 로맨스를 다룬 '심생의 사랑'(沈生傳) 같은 글은 도시적이고 모던한 느낌을 준다고 안 교수는 평한다. 조선 문인 중 드물게 냉소주의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노긍 역시 그가 아끼는 작가다.

잊혀져 있던 소품문 작가들을 발굴하고, 정약용 같은 이를 소품작가로 재조명한 안 교수의 작업은 조선후기 산문사를 풍성하게 해줬을 뿐 아니라, 조선 후기 문화의 다양한 현상을 해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정민 한양대 교수, 강명관 부산대 교수 등과 '트로이카'로 출판계에 '18세기 붐'을 일으켰던 안 교수의 학문적 뿌리를 <고전산문 산책>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너무 '비주류' 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당시에는 이들을 비주류 취급을 받았지만 사실 이들이 18세기와 19세기를 제대로 본 작가들이었고 결국 집중적인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 안 교수는 "주류가 볼 수 없는 것, 남들이 보지 못하는 다양한 세계의 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보람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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