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매케인 대통령 만들기'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나섰다.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주요 연설자로 예정됐다 허리케인 때문에 대회 참석을 못했던 부시 대통령은 전당대회 이틀째인 2일 백악관에서 위성 TV를 통해 '매케인이 왜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하는가'를 결연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밝혔다.
아내 로라 부시의 소개로 대회장 대형 스크린에 모습을 나타낸 부시 대통령은 "2001년 9ㆍ11 테러의 교훈을 이해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미국을 보호하려면 그들이 또 공격하기 전에 먼저 공격해야 하며 그래서 우리는 매케인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미국민에게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억되는 9ㆍ11 테러를 언급함으로써 국가와 안보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 매케인 후보가 '안전한 미국'의 최적격자 임을 강조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매케인은 포로생활에서 더 빨리 빠져 나올 수 있었으나 이를 거부해 5년의 시간을 더 보냈다"고 그의 희생정신을 칭송한 뒤 "(베트남) 하노이 수용소가 국가를 우선하는 매케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면 분노한 좌파 역시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안보 경험이 전혀 없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와의 대비를 시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매케인의 무당파 성향을 염두에 둔 듯 "그는 소신 있게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며 "내가 그 점은 잘 알고 있다"해 관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오바마 캠프는 "부시 대통령이 90% 이상 비슷한 사람에게 횃불을 건네려 한다"며 "정치, 경제, 외교에서 재난을 초래한 이 정부에게 또다시 4년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응수했다. 사실 매케인 후보에게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었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연설이 갖는 파괴력과 부시 대통령이 보수주의 세력에 갖고 있는 영향력은 매케인 후보에게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이다.
특히 아직까지 당내 기독교 복음주의자들로부터 확실한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부시의 지원이 간절하다. 그러나 30%대를 오락가락하는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첫날 예정된 부시 연설이 허리케인으로 취소된 것을 두고 오히려 매케인 후보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매케인 캠프측은 이 점을 의식, 연설내용과 시간 등을 놓고 백악관과 사전에 상당한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백악관은 매케인 캠프측의 입장을 수용해 15분 이상으로 계획했던 연설시간을 8분 정도로 줄이고, 내용도 부시 정권 8년의 성과를 완전히 접고 매케인을 직접 부각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전당대회장에 나오지 않고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두고도 전당대회측은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통령이 소속 정당의 대권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AP통신은 "무대 스크린에 실물보다 훨씬 큰 크기로 부시의 모습을 잡아 마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노렸다"고 보도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매케인측으로부터 부시 대통령의 불참을 요구받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런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인 뒤 "서로 소통하며 무엇이 가장 최적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
허리케인으로 주춤했던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둘째 날(2일)을 기점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구스타브의 피해가 예상보다 적은데다 전당대회 첫날 일정을 희생하면서 충분히 재난 관리를 위한 공화당의 진정성이 전파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듯하다.
이 때문인지 이날 행사장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를 포함해 부인 로라 부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 등 부시 가문이 총출동했고, 프레드 톰슨 전 테네시 상원의원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단촐하게 진행됐던 첫날과 달리 밴드까지 등장,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오후6시(현지시간) 미네소타 세인트폴의 엑셀에너지센터에서 시작된 전당대회는 존 매케인 후보의 베트남전 참전 동지들이 일일이 소개되면서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이들이 소개될 때마다 "유에스에이"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눈시울을 붉히는 참석자도 눈에 띄었다.
애국적 분위기가 한껏 고양된 가운데 연단에 오른 대통령 부인 로라는 존 매케인 후보의 국가를 위한 봉사와 헌신을 언급한 뒤 "나의 남편이자 미국 대통령?부시"를 호명,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부시 가문을 제외하면 이날의 주인공은 무소속인 조지프 리버만(코네티컷) 상원의원이었다. 원래 민주당 소속이었던 그는 2006년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자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2000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앨 고어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부시 대통령과 대결했던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라크전에도 찬성표를 던진 리버만 의원은 "버락 오바마 후보는 재능 있고 웅변가적인 젊은이지만 그 웅변에 내용이 없다"며 오바마 후보의 일천한 경력을 일갈했다. 또 "매케인 후보가 이라크 증파라는 인기 없는 입장을 과감히 취할 때 오바마는 이라크 주둔 미군 재원을 삭감하는데 표를 던졌다"며 군통수권자로서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TV 드라마 '법과 질서'에 출연, 유명세를 탄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 중 가장 진보적이며 가장 경험 없는 인물"이라고 오바마 의원을 평한 뒤 그의 7월 독일 군중 연설도 "해외에서 미국의 비판자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프롬프터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공화당 경선 당시 보수파의 구미에 가장 맞는 후보로 평가 받았던 인물이어서 이날 연설이 매케인의 당내 기반을 넓히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세인트폴(미네소타)=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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