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종교갈등이 아니라 정부의 종교차별이 문제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차별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불교계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불교와 진보적 기독교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 만났다.
3일 오후 2시 조계종 총무원이 있는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 개신교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권오성 목사와 종교간대화위원장 김광준 신부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위로 방문했다. 종교차별사태가 불거진 후 두 종교 지도자들의 첫 만남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으신데 찾아 뵙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심려가 크십니까?” 권 목사가 먼저 지관 스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저는 괜찮습니다. 사회가 공평하면 되는데, 이명박 정부 공직자들이 공직수행을 하면서 공평하지 못합니다.” 지관 스님은 “공직자가 편향 행위를 일삼으면 밑에 있는 부하직원들은 어떻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김 신부는 “지금의 문제는 종교간 갈등 문제가 아닌데, (국민들이) 마치 기독교와 불교의 갈등문제로 오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은 모두 발언 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조계종 총무부장 원학 스님, NCCK 일치ㆍ협력국장 김태현 목사 등이 배석한 뒤 기자들에게 대화 내용을 브리핑했다.
권 목사와 김 신부는 불교계의 정부에 대한 요구에 공감을 표시하고 정부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권 목사는 또 기독교의 근본 교리는 사랑이고 결코 종교간 갈등을 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일부 절제되지 않은 목회자의 행동이 전체 기독교의 모습으로 비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권 목사는 특히 “불교에 피해가 가는 일부 기독교인의 행동을 참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뜻을 표시했다고 김 목사는 전했다.
이에 지관 스님은 앞으로 두 종교가 서로 화합, 이해하고 상생하기 위해 협력해나가자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이어 “종교차별의 결과는 사회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 주변에서 잘 말씀드려야 하는데 측근들이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권 목사는 “정부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으려 한다”며 “종교차별 문제가 불교만의 일이 아닌 만큼 기독교계도 정부가 정교분리의 원칙을 확실하게 정립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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