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는 하나, 해석은 둘.'
서울시청 본관의 보존과 철거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1996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내놓은 '서울시 청사 시설물 구조안전진단'보고서를 서로 입맛에 맞게 해석하며 '아전인수식'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2일 보고서의 종합판정 내용 중 "콘크리트의 중성화 깊이가 보강철근(띠근) 위치 이상까지 진전하였기 때문에 중성화 측면에서 볼 때 콘크리트 구조물의 잔존 내구연한은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즉 중성화 측면에서의 콘크리트 수명은 다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부분을 인용해 안전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당초 이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서울시 청사에 대한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문화재청 입장에 대해 같은 방법으로 정면 반박한 것이다.
또 "중성화에 의한 열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조체를 외기와 습기에 대하여 완전히 차단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부분도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의 같은 종합판정 내용을 두고 문화재청 입장은 서울시와 정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청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직후부터 종합판정 내용 중 "서울시청사 시설물에 대한 구조안전진단을 수행한 결과, 현상태에서 구조적인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부분을 인용해 서울시를 압박해왔다.
또 "콘크리트는 중성화가 되었어도 콘크리트 강도, 내부품질 초음파 진단, 염분함유량, 콘크리트 수화 조직 등이 양호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도 이들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A4 반페이지 분량의 종합판정 의견에서 자신들의 논리에 맞는 부분만 발췌해 근거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문화연대는 이날 서울시 발표에 대해 반박논평을 내고 "서울시 주장대로라면 근대건축인 덕수궁 석조전과 한국은행, 서울역, 명동성당, 정동교회 등도 철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라이트코리아와 자유수호국민운동 등 보수단체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청의 조속한 철거를 주장했다.
도현철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이번 문제가 커진 데는 근대문화재에 대한 시각차도 있지만 충분한 사전협의가 없었던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자신의 주장에 맞는 근거만을 찾기 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잇는 충분한 사전협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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