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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위기설/ 외국인 '셀 코리아'에 화들짝… 경기침체 맞물려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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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위기설/ 외국인 '셀 코리아'에 화들짝… 경기침체 맞물려 공포 확산

입력
2008.09.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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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기인가, 또 다른 괴담(怪談)인가’

이달 들어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괴담으로 치부돼온 9월 외환위기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6월부터 시장에 퍼지기 시작한 ‘9월 외환위기설’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

위기설의 첫번째 시나리오는 외국인들이 9월에 만기 도래하는 67억 달러(약7조원) 규모의 채권 보유물량을 대부분 팔고 나갈 것이며, 이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에 위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같은 소문이 발생하게 된 것은 6, 7월 두 달간 외국인들이 채권시장에서 42억 달러를 순매도하면서부터다. ‘셀 코리아’의 전조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외국 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가면 금리와 환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고 이는 가계ㆍ기업의 부실을 가속화해 총체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질 거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국내은행권이 세계적인 신용위기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는 경상수지 적자, 외환보유액 감소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상환능력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측은 “실제 지난달에 국내 은행권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를 거의 빌려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단기외채 등 대외채무에 대한 상환 요구가 몰리는 경우 국내 경제에 결정타가 될 거라는 가정이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6월말 대외채무는 4,198억달러이나 이중 상환부담이 없는 환헤지용 해외차입금 등을 제외할 경우 대외채무는 2,698억달러 수준이다.

만일 이런 세 가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 9월 위기설의 개요다. 국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 달러가 부족해지고 이는 금리와 환율 폭등을 초래한다. 그럼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어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되고, 이는 다시 외국인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최근 국내 경기침체, 환율 불안정, 가계부채와 저축은행 부실 등 국내 요인과 맞물려 9월 위기설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외국인 대거 이탈할까

외국인들이 만기채권을 대거 처분, 한꺼번에 한국시장을 떠날 지 여부는 9월 위기설의 현실화여부를 판가름할 핵심포인트다.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인 보유채권잔액은 현재 약 67억달러(약 7조3,000억원). 원래는 83억 달러였으나 그 동안 일부가 매각됐다. 현재 보유잔액은 국내 국채 및 통안채 규모의 1.6% 수준이다.

정부나 시장에선 외국인들이 67억달러 채권을 한꺼번에 팔아치우고 '엑소더스'에 나설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보고 있다. 일부 이탈은 있겠지만, 대부분 채권에 재투자해 한국시장에 그대로 남아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7월엔 2조6,000억원 어치의 채권을 순매도했지만, 8월에는 1조5,000억원 순매수했다. 떠나기는커녕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것. 한국은행 양재룡 국제수지팀장은 "주식의 경우 8월 순매도 규모가 7월의 3분의1로 줄었고, 채권은 순매수로 돌아선 상황"이라며 "외국인의 자금이탈은 점차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채권수익률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국채 수익률은 신흥시장에서 최고 수준인 8%대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요즘 시장에서 우리나라 채권을 대거 털고 일어날 가능성은 그만큼 적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외국인의 채권 대량매도가 발생할 경우에도 채권 매입자금이 들어올 때 이미 스왑계약을 해뒀기 때문에 서울외환시장에서 따로 달러로 바꿔야 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외국인이 채권을 매도하더라도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얘기다.

● 단기외채 문제 없나

9월 위기설의 최초 진앙지는 채권시장이었다. 9월에 84억달러나 되는 외채가 한꺼번에 만기 도래하는데 외국인이 6, 7월 연속 채권시장에서 순매도를 했으니 만기 도래 물량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금리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이어 외환시장에서도 외국인이 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원리금을 달러로 바꿔 외국으로 나갈 경우 환시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퍼졌다.

그러나 현재 외채의 성격을 분석해 보면 채권시장 발 금융위기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 외채의 20%, 단기외채의 45%는 국내 은행이나 기업이 아닌 외국 투자은행의 국내 지점이 보유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말하는 외채의 개념과는 다르다.

이 은행들은 내외 금리차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위해 해외에 있는 본점에서 원금을 차입해 국내 채권에 투자해 왔는데, 6, 7월에는 일시적으로 차익거래 유인이 줄어들어 상환을 해 갔지만 8월부터는 다시 차익거래 유인이 높아졌다고 한은은 설명한다. 9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외채 규모도 84억달러에서 67억달러로 감소했다.

조선업체 및 해외증권 투자자의 선물환 순매도와 관련된 외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체의 선물환 순매도는 향후 벌어들이게 될 수출대금(달러)의 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것으로, 미래 수입을 담보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의미의 '빚'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2006, 2007년 중 조선ㆍ중공업체의 선물환 순매도와 관련된 외채는 약 470억달러 규모로 앞으로 수출대금을 받게 되면 없어지게 된다. 또 같은 기간 중 해외증권투자자의 선물환 순매도(약 590억달러)와 관련된 외채 역시 해외증권투자 자산과 연계되어 있어, 경상수지 적자 보전을 위한 외채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 외환보유액 이상무?

위기설의 또다른 근거는 외환보유액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 2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8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한 달 전에 비해 43억2,000만달러 감소한 2,432억달러로 집계됐다. 한은은 "올 8월중 외환보유액 감소는 운용 수익 등 증가 요인에도 불구하고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 기타 보유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 달러화 환산액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기설을 주장하는 측은 외환보유액과 유동외채(단기외채+잔여만기 1년 이내 장기채)와의 격차(8월말 외환보유고-6월말 유동외채)가 약 208억달러로 많이 축소된 점이 앞으로 당국의 외환 정책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으로 환율이 급등하더라도 당국이 쉽게 개입할 '실탄'이 부족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유동 외채는 올해 3월말 2,156억달러에서 6월말 2,224억달러로 늘었지만, 외환보유액은 4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한은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아직도 세계 6위로 매우 많은 편이며 이 같은 주장이 무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액이 유동외채보다 훨씬 많아야 한다는 기준은 멕시코 등 '중채무국'에나 적용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경채무국'으로 전환한 지 오래됐다는 점을 들고있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이 우리나라를 외채통계 공표의무 국가에서 제외하고 선진국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외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39.2%에 불과한 반면 영ㆍ미 등 선진국들은 외채 비중이 GDP의 1~4배에 달하지만 이 때문에 외환위기가 온다든지 하는 주장은 나오지 않는다"면서 "현재 외환보유액은 유동외채를 고려하더라도 충분하므로 외환시장 불안시 개입할 실탄이 부족하다는 추측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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