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파(知韓派)인 유타 림바흐(Jutta Limbach) 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장이 "한국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성숙한 만큼 국가보안법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림바흐 전 소장은 2일 세계헌법재판소장 회의가 열리고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척도는 민주주의의 성숙도"라며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운 시민만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한국의 헌재 시스템이 독일의 헌재를 모델로 출발했고, 독일 또한 분단 상황을 겪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시사적이다. 한국의 헌재는 찬양ㆍ고무죄 등 국가보안법 조항에 대해 4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림바흐 전 소장은 촛불집회 처벌 문제에 대해서도 "독일에서 네오 나치주의자들이 '홀로코스트(유태인 대학살)는 거짓'이라고까지 주장하며 집회를 벌여 시위문화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며 "그러나 연방헌재는 폭력으로부터 자유롭다면 모든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답했다.
끝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사망했던 고 윤이상(작곡가) 선생에 대해서도 그는 "그 같은 일은 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림바흐 전 소장은 베를린주 법무부장관을 거쳐 1994년 여성 최초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장이 됐다. 1998년 헌재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2004년 독일문화원 회장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등 모두 4차례 한국을 찾았다. 또 2004년 6월에는 독일문화원 회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독일문화원을 설립하는 등 한국의 분단상황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헌재의 독립성도 강조했다. "법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독일 연방헌재는 베를린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소도시에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의 독립과 법관의 소신있는 판결은 이번 세계헌재소장 회의에 참가한 다른 참석자들이 한결같이 강조한 대목이다. 다이엔 우드 미국 연방항소법원 판사는 "법관의 판결이 대중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 할지라도 법관은 자신의 의견은 최대한 배제한 채 법 조항을 올바르게 해석해야 한다"며 "1954년 미국 법원이 백인과 흑인 아동이 함께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판결을 했을 때 반발이 심했지만 이는 결국 옳은 것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권력분립 체계 안에서의 헌법적 정의'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한 불가리아의 에밀리아 드루메바 헌법재판관은 "헌법은 해석의 여지가 크므로 때때로 정치적 의견들과 목적들이 해석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며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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