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뒤면 판교 신도시에 입주하는 직장인 이모(39)씨. 2006년 분양 당첨 당시 주변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던 이씨지만 요즘 그의 속은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다.
이씨는 최근 아파트 건설 현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입주할 아파트와 불과 3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한창 건설 중인 경수고속도로가 격자로 지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앞으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바로 옆에 안양과 성남을 잇는 제2경인고속도로가 건설된다는 소식에 이씨는 하늘이 노래졌다.
이씨는 "어떻게 아파트 단지 옆으로 고속도로가 3개나 있을 수 있느냐"며 "애초부터 아파트가 들어설 수 없는 곳에 무리하게 택지를 조성하는 바람에 입주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3개 고속도로 때문에 소음 등 피해를 입게 된 판교 신도시 서판교 지역의 한성ㆍ주공ㆍ건영ㆍ부영 아파트 및 단독주택단지 입주 예정자들은 최근 경기 성남시와 국토해양부 등에 제2경인고속도로 연장 건설 사업계획을 즉각 철회하거나 변경해달라는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소음 방지 대책도 수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시 교량을 이용한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입주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건설이 불가피하다면 판교 구간을 지하터널로 건설하고, 낙후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교량 부분도 함께 터널화 해달라"고 요구했다.
판교 A2-1지구 한성필하우스 입주예정자 대표 김영곤씨는 "고속도로가 1개뿐인 현 상태에서 측정해도 아파트단지 4곳 중 3곳의 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한다"며 "고속도로 2개가 추가 건설되면 이 곳은 아무도 살 수 없는 고통의 동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아파트가 건설된 것은 주변 여건이나 환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택지개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라며 "성남시가 땅 장사에만 혈안이 돼 부적절한 행정을 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경수고속도로는 분양 당시 조감도 등에 표시돼 있었다"며 "다만 제2경인고속도로는 추후 국토해양부가 계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판교에 주공이 지은 공공임대단지 입주민들도 "당초 분양조감도 상으로는 단지와 도로 사이에 완충녹지를 조성한다고 돼 있었는데, 실제로는 10여m가 넘는 옹벽을 세우는 바람에 앞뒤가 꽉 막힌 '반지하 아파트'로 둔갑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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