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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기업 살생부… 9월 위기설 '2탄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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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기업 살생부… 9월 위기설 '2탄 양상'

입력
2008.09.0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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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 두산 코오롱, 그리고 동부. 굴지의 재벌 그룹들이 주식시장의 뭇매를 맞고 있다. 처음엔 빚을 내 몸집을 키운 기업들(금호 두산)이 집중 포화를 당하더니, 이젠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소문'이 난 기업(코오롱 동부)까지 이지메를 당하고 있다. 해명을 해도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시장은 다음 희생양을 찾을 것이 분명하다. 외환시장의 '9월 위기설'에 이어 또 하나의 '9월 위기설'이 주식시장을 무차별 강타하고 있다.

누가 공격대상인가

지난해 인수합병(M&A)이나 지주회사 체제 개편으로 외연을 넓힌 그룹이 주요 타깃이다. 시장이 잘 나갈 때만해도 성장동력 확보 등의 프리미엄 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올 들어 고유가, 국내 경기 및 세계경제 침체 등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무리한 대출과 파이낸싱을 통한 덩치 키우기가 실적 하락과 맞물리면서 자금난, 유동성 악화를 키운 꼴이 됐다.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잇딴 대형 M&A로 성장가도를 달려온 금호가 먼저 매를 맞았다.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설정한 주식 풋백옵션(매도 선택권) 문제로 7월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더니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사장단이 총출동해 합동 기업설명회까지 열어 유동성확보방안까지 내놓았지만 시장은 냉담했다. 그사이 금호그룹의 시가총액은 무려 4조원 이상 증발했다.

M&A의 또 다른 강자 두산그룹의 경우 당초 방침을 바꿔 1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자 지난달 말 시장의 몰매를 맞았다. 계열사 전체 주가가 3거래일 연속 폭락했고, 그사이 무려 5조원 넘는 돈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코오롱그룹은 1일 건설경기 위축에 따라 코오롱건설 등이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틀 연속 계열사 주가가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증권사가 "위기는 사실 무근"보고서까지 내놓았지만, 시장은 귀를 닫아버렸다.

2일엔 동부가 제물이 됐다. 동부생명의 유상증자(600억원) 계획이 공식발표도 되기 전 계열사 주가가 날개 없이 추락했다. 이날 동부건설과 동부CNI는 하한가, 동부증권(-14%) 동부제철(-12.50%) 동부화재(-7.36%)도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과민반응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호와 두산은 잇따른 M&A로 무리가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주가가 급락할 정도는 아니다"며 "코오롱과 동부는 걱정할 수준이 아닌데도 최근 시장은 사소한 재료가 불안한 심리를 타고 악재로 증폭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년전엔?

'살생부'식으로 희생기업을 찾는 최근의 시장분위기는 외환위기 직전상황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종금사 등 제2금융권에선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발견된 기업에 대해 무차별 어음을 돌렸고, 이 기업들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한보에서 시작해 진로 대농 한신공영 기아차 뉴코아 쌍방울 등이 그런 기업들이다. 종금사에서 주식시장으로, 어음 대신 주식으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 소문이 기업들을 죽이는 행태는 마치 환란전야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기업펀더멘털은 10년 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IMF 당시 부채비율이 400%, 현재는 100%만 비교해봐도 지금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과도한 차입에 의한 M&A 성장기업의 단기 유동성이 문제가 되지만 기업이나 그룹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최악으로 치닫는 '심리'를 추스르는 일이다. 사소한 말 실수와 시장에 떠도는 루머가 확대 재생산돼 주가와 기업 경영에 미치는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펀더멘털은 달라졌지만, 지금처럼 심리가 불안한 국면에선 작은 루머도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타이밍을 놓쳐 시장의 신뢰를 잃은 금호의 사례가 '학습효과'를 발휘해 두산 등으로 연결된 측면도 있다"며 "투자자들이 의혹과 두려움을 접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부터 투명한 정보공개로 오해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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