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1일 사임하겠다고 밝힌 뒤 중의원 조기 해산과 총선거가 언제 실시되느냐에 일본 정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총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자민당 장기 지배 체제를 끝내고 일본 헌정 사상 첫 자력 정권 교체를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민당은 2일 총재선거관리위원회를 열어 후임 총재 선거를 10일 고시하고 22일 투ㆍ개표키로 결정했다. 민주당의 8일 대표 선거 고시, 21일 대표 선출 일정을 다분히 의식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현 대표가 단독 출마해 3선을 노리고 있다.
자민당의 총재 후보 면면에도 관심이 쏠린다. 극우 보수정치인으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에서는 환영 받지 못하지만 일본 안에서는 인기가 높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자민당 간사장이 먼저 출마 의사를 밝혔다. 아소 간사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후쿠다 총재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을 해내고 제 나름의 생각이나 해야겠다는 것을 실행하겠다"며 출마의 뜻을 분명히 했다.
고이즈미(小泉) 정권에서 환경성 장관, 아베(安倍) 정권에서 방위성 장관을 지낸 여성 정치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고이즈미 개혁파에 속하는 고이케 의원은 이날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민당의 위기라기보다는 일본의 위기라고 생각해 (총리가)결단하신 거라고 본다"며 "그 위기감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누가 총리가 되든 자민당은 내년 9월 임기 만료 전 중의원을 조기 해산해 총선을 실시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정권 지지율이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데다 후쿠다 총리의 사임으로 "정치를 내팽개치는 것이냐"는 여론의 불신이 거의 한계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 동안 자민당 내에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내년 3월을 전후해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연말 연초 총선을 계속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까지 기다리기도 어려운 처지다.
일본 언론들은 가을 임시국회 중 조기 총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해산설도 나오고 있다. 이르면 9월 말 임시국회 소집과 동시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치르는 '모두(冒頭) 해산'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일정을 택하더라도 자민당이 지지율을 만회하지 못한다면 일본 헌정 사상 최초의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를 피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많다. "자민당으로는 비전이 없으니 민주당에 한 번쯤 정권을 맡겨보자"는 여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의회 제도가 성립한 이후 정권 교체는 1924년, 47년, 93년 3차례 있었지만 모두 어느 당도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선거 이후 연립을 통해 정권 교체를 실현했다.
민주당은 2일 오자와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회의를 열어 중의원 해산과 총선 준비를 강화키로 의견을 모았다. 또 이달 하순으로 예정한 차기 중의원 선거 1차 후보 결정을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앞당겨 발표키로 했다.
오자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국민을 위해 일해온 결과가 후쿠다 내각의 붕괴로 연결됐다"며 "(차기 내각은)선거관리 내각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해산해서 국민의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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