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선거자금 잔액을 돈세탁해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고있는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이 14년 전 타이베이(臺北) 시장 취임 직전 미국의 저택을 몰래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천 전 총통은 거물 정치인이 될 때부터 부패했다는 사실이 우회적으로 드러나는 것이어서, 청렴을 앞세운 천 전 총통의 정치 인생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반관영 통신 중국신원왕(中國新聞網)은 치우이(邱毅)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이 1일 "천 전 총통과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가 1994년 1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다이아몬드 하이츠 구역 내 단독주택 1채를 17만 5,000달러를 주고 매입해 우수전 여사의 부모 명의로 등기 했다"며 관련 자료를 폭로했다고 전했다.
이 주택은 2년 뒤 성년이 된 딸 천싱위에게 넘어갔고, 2004년 한 화교는 매입가의 2.5배인 47만달러를 주고 이 주택을 사들였다.
치우이 위원은 "천 전 총통은 이 집을 재산공개 내역에 넣지 않기 위해 장인 장모 이름으로 매입했다"며 "성년이 된 부양가족은 재산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규정을 악용, 성인이 된 딸에게 재산을 넘긴 것도 교묘하다"고 주장했다.
해외주택 구입 의혹은 천 전 총통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면서 해외 재산을 매입하는 국민당 부유층을 공격한 천 전 총통은 2000년 총통 선거 당시 라이벌 쑹추위(宋楚瑜) 후보의 아들이 미국에 5건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실을 극렬히 비판했었다.
이런 가운데 천 전 총통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룩셈부르크 등 전세계 자금도피처를 이용해 돈세탁을 한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대만 뉴스채널 TVBS는 법무부 조사국 '돈세탁방지센터'의 정보를 인용, 천 전 총통이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아루바에서도 유령회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천 전 총통이 돈세탁을 시도한 나라는 이들 국가를 포함해 스위스, 싱가포르, 미국, 영국, 일본, 홍콩, 케이먼군도, 저지섬 등 5대양 13개국으로 늘어났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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