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계획(WFP)이 2일 북한의 식량 상황이 심각하다며 한국 정부의 지원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여전히 유보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토니 밴버리 WFP 아시아 담당 국장은 이날 1주일 간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월에 500g이었던 1인당 1일 배급량이 현재는 3분의 1 이하로 감소했을 정도로 북한 식량난은 심각하다"며 "내년 11월까지 15개월 동안 5억 300만달러 상당의 식량 63만톤을 북한에 긴급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밴버리 국장은 특히 "기부국들이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다"며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를 이유로 지원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의 태도도 짚었다. WFP는 이에 앞서 7, 8월 잇따라 기자회견과 공문 접수 등을 통해 한국 정부에 6,0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식량 지원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요지 부동이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WFP 요청 건은) 북한의 식량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여러 가지 상황을 봐가면서 지원 여부를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북한에 1년 동안 필요한 식량은 520만~540만톤 정도이지만 올해 생산량은 350만~400만톤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의 지원과 수입 물량을 합쳐도 50만톤 안팎 밖에 안돼 결국 70만~140만톤 정도가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 식량 생산량(401만톤)과 기존 비축미를 합치면 연말까지는 북한 식량 상황에 심각한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정부 내에는 당장 지원에 나설 이유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는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 지원은 부대비용이 더 많이 들고, 생색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또 금강산 피격 사건 이후 국민 눈치도 살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 10년의 햇볕정책과 다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에 확실히 각인 시켜 군기를 잡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대북 소식통은 "북핵 협상도 그렇고 남북관계 좌표 재설정 문제도 있기 때문에 당장 식량을 고리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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