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세계 등 유명 백화점들이 국내 브랜드를 지나치게 홀대하고 있다. '매장 고급화' 미명 아래 수입브랜드 유치에만 주력한 결과다. 특히 이들 백화점은 국내 브랜드에는 37~40%의 높은 매출수수료를 받는 반면, 수입브랜드에는 손익분기점에도 못 미치는 매출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브랜드에서 번 돈을 수입브랜드에 퍼주고 있는 셈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본점은 최근 2,3층 여성의류부문을 중심으로 매장을 개편하면서 23개 브랜드를 신규 입점시켰는데, 이 중 18개가 질바이질스튜어트, 산드로, 베이비제인꺄샤렐, 마누쉬, 띠어리, 인디비 등 수입브랜드다. 롯데는 "소비자의 글로벌 감성과 테이스트(취향)를 반영하기 위해 수입브랜드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최근 가을 매장 개편을 확정하면서 23개 신규 입점 브랜드 중 14개를 엘리타하리, 폴스미스 등 수입브랜드로 채웠다. 강남점에는 이사벨마랑, 바네사브루노 등 11개가 수입이고 국내산은 지난해 말 SK네트웍스가 인수한 오브제와 오즈세컨이 유일하게 새로 입점했다. 신세계는 "수입컨템포러리 매장 강화와 미입점 MD를 보강함으로써 매장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대 백화점의 수입브랜드 편애는 매장 구성비에서 드러난다. 롯데 본점의 올해 상반기 브랜드 구성비는 럭셔리브랜드 18%, 수입 25%, 국내 57%였다. 그런데 이번에 럭셔리브랜드는 변화 없이 수입 28%, 국내 54%로 개편됐다. 국내 브랜드 감소폭이 고스란히 수입브랜드로 넘어갔음을 보여준다. 럭셔리 포함 직수입 브랜드가 백화점 의류매장의 43% 이상을 점령한 셈이다. 신세계 본점도 수입 대 국산 브랜드의 구성비(럭셔리브랜드 제외)가 기존 30대 70에서 40대 60으로 크게 변했다.
수입브랜드 확대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수입브랜드 매출 신장률이 평균 50%대로 국내 브랜드(5~10%)를 압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장률은 전년 매출을 기준으로 비교한 수치일 뿐이다. 실제 롯데백화점 본점 여성캐릭터부문 매출순위는 '미샤', '타임', '구호' 등 국내 브랜드가 수년째 1~3위를 석권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 홀대는 매장 퇴출로 그치지 않는다. 의류업체들이 백화점에 내는 입점수수료도 국산은 36~40%에 육박하지만, 루이비통, 구치,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는 7~10% 내외, 직수입 해외브랜드는 20~25%선이다. 국내 업체는 10만원짜리를 팔면 4만원을 입점수수료로 내는 반면, 직수입 해외브랜드는 2만원만 내면 된다.
외국계 패스트패션 브랜드에 대한 우대는 더 기막히다. 롯데백화점이 국내에 들여온 '자라', 현대백화점이 롯데와 자라의 커넥션 대항마로 최근 내놓은 일종의 NPB(PB는 아니지만 특정 유통회사에 단독으로 납품하는 브랜드) '파파야' 등은 입점수수료가 17~18%에 불과하다.
업계서는 백화점이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기준을 입점수수료 19~20%선으로 본다. 이보다 낮은 수수료율은 패스트패션의 최대 장점인 가격경쟁력을 백화점이 자기 출혈을 해가며 올려주고, 그 손해분은 국내 브랜드로부터 메우는 형국이다.
한 의류회사 마케팅실장은 "자체적으로 유통을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브랜드 파워와 탄탄한 재정을 갖추지 않은 한, 백화점을 통해 고급브랜드 이미지를 얻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질 낮은 패스트패션 브랜드에도 저자세로 일관하면서 국내업체로부터 과다한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국내 의류제조업의 기를 꺾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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