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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반정부 시위 '벼랑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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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반정부 시위 '벼랑 끝으로'

입력
2008.09.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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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내 친ㆍ반정부 시위대의 유혈 충돌로 2일 수도 방콕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5월 시작된 태국 반정부 시위 정국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태국 남부지방 유명 관광지인 핫야이 국제공항이 이날 반정부 시위대의 농성으로 또다시 폐쇄됐다. 태국 영자지 네이션 인터넷판은 하얏이-방콕 노선 비행이 취소됐으며, 무기한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인근 푸껫공항에도 시위대가 몰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막 순다라벳 총리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태국 국민민주주의연대(PAD) 공동대표인 잠롱 스리무앙 전 방콕시장은 시위대를 향해 "우리 모두를 가둘 수 있는 감옥은 태국 내에 없다"며 "사막 총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지도부 체포밖에 없으니 흔들리지 말고 자리를 지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밝혔다. 태국 형사법원은 지난달 28일 잠롱과 손티 림통쿨 PAD 공동대표 등 지도부 9명에 대해서 반역 음모 불법집회 등 협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친ㆍ반정부 시위대의 유혈 충돌은 2일 새벽 곤봉으로 무장한 500여 명의 사막 총리 지지자들이 지난달 26일부터 정부 청사를 점거하고 농성하고 있는 PAD 시위대를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1,000여 명의 비무장 경찰은 서둘러 저지선을 구축했지만 충돌을 막지 못했고, 결국 진압 장비를 들고 달려온 군에 의해 상황은 정리됐다. 사망자가 어느 쪽 지지자인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PAD측은 "우리쪽 인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비상사태 선포에 앞서 태국 최대의 공기업 노조가 1일 총리 퇴임 운동에 동조 대규모 파업을 결행키로 하면서 태국 정국은 더더욱 혼란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20만 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태국 공기업노조는 3일부터 파업에 돌입, 수도ㆍ전력ㆍ전화ㆍ항공 등 공공부문 서비스에 대한 부분 파업에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윗 캐완 공기업노조 사무총장은 이날 "3일 오전 9시부터 파업할 것이며 경찰서, 사막 총리의 집 등의 전기와 수도가 1차적으로 끊길 것"이라고 네이션에 말했다.

태국 국민들이 수 일째 정부청사를 점거하고 1월 취임한 사막 총리 퇴진을 거세게 요구하는 배경에는 영국으로 망명한 탁신 치나왓 전 태국 총리에 대한 깊은 반감이 깔려 있다. 탁신은 1990년대 후반 금융위기로 피폐해진 태국 경제의 재건을 내세우며 2001년 민주적 선거를 통해 총리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취임 후 잇단 일가의 부패 스캔들과 민중에 대한 탄압 그리고 경제개혁을 명분으로 실시한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태국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줬다.

탁신이 부패공판에 출석하지 않고 급기야 지난달 11일 영국으로 도피하자 시민들은 사막 총리가 탁신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그의 도피를 방조, '탁신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막은 공공부문 민영화 등 탁신의 정책을 계승하고 있어 탁신에 대한 미움이 고스란히 사막 총리를 향하고 있다. PAD는 반(反)탁신 세력들의 연대 모임으로 2006년 쿠데타로 탁신 전 총리를 몰아낸 주역이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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