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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채널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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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채널다툼

입력
2008.09.0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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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은 애니메이션에 무관심했다. 놀아달라고 졸라대서 귀찮을 때는 "왜 다들 좋아하는 만화를 멀리하는 거야? 제발 테레비나 보란 말이야!"하고 비교육적인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녀석에게 시달리지 않고 프로야구 중계를 마음껏 볼 수 있으니 대만족이었다.

그런데 녀석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소위 '예능프로'. 특히 '1박2일'에 매료되어, 아침저녁으로 한두 시간씩, 주말에는 서너 시간씩 몰입한다. 즉 '1박2일'은 놀랍게도 매일, 하루에도 몇 차례씩 케이블방송에서 되풀이 되고 있는 거다. 결국 프로야구냐 '1박2일'이냐를 두고 일곱 살짜리랑 채널쟁탈전을 벌이는 나날이 되고 말았다.

아내는 "나잇값 좀 해. 애랑 뭐하는 거야!"라고 지청구인데, 나로서는 나이를 떠나서 녀석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고약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아들아, '1박2일'이 재밌는 이유 세 가지만 대봐. 타당하면 아빠가 양보할게" "웃겨서. 막 먹어대서. 게임을 많이 해서." 하나도 못 댈 줄 알았는데 세 가지를 다 대다니! 하여간 '1박2일' 볼 때처럼 녀석이 유쾌하게 웃어댈 때는 없다. 아내가 또 채널을 다투는 부자에게 소리친다. "티브이 내다버리기 전에 조용히 못해!" 티브이에 무관심한 아내가 참 부럽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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