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하자 마자 금융 시장이 혼돈에 빠져든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쏠림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큰 위기가 올 상황도 아닌데도 시장이나 투자자는 “곧 위기가 올 것이며 파괴력이 얼마나 클 지 모른다”며 불안감을 키우고 또 키우고 있다는 것.
주식시장에서는 불안한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너나 없이 ‘팔자’로 쏠리고 있다. 2일 하루 동안 개인은 거래소에서만 4,245억원 어치를 팔았다. 전날 3,617억원, 지난달 29일 2,148억원까지 하면 3일 동안(거래일 기준) 1조원 어치 이상을 판 셈이다. 지난 1주일을 되짚어 봐도 지난달 28일 하루 빼고는 매일 1,000억원 어치 이상을 팔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매 분위기를 두고 ‘비이성적 국면, 공포 국면’이라고 표현한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이 불안해 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7월부터 나왔고 여러 악재도 시장에 반영될 만큼 반영됐다”면서 “외국인들이 계속 팔고 기관 역시 프로그램 매매를 빼면 사실상 파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고있는 개인까지 팔자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그 동안 많이 올랐던 부동산이 계속 꺼지고 남의 돈 빌려 덩치 키운 기업들이 고전하는 등 부풀었던 자산이 쪼그라들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자산 디플레가 만들어 낸 쏠림”이라고 분석했다.
환율이나 채권 역시 마찬가지. 전문가들은 환율 급등은 지나치다 면서도 얼마나 더 오를지 걱정한다. 유가는 내려가지만 기대와 달리 8월 무역 수지는 적자이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데다 정부가 개입해서 상승세를 막아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일단 달러를 사고 보자는 쪽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역시 원화환율은 전날 보다 18원 오른 1,134원으로 거래를 끝내면서 지난 2004년 10월 25일(1,135원) 이후 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 만기 국고 채 금리 역시 환율의 고공 행진,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이 얽히면서 전날 보다 0.08%포인트 오른 연 6.05%로 마감했다. 한달 만에 6%대로 올라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를 믿는 분위기가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한국경제 규모를 생각해보면 외국인들이 채권에 투자한 67억 달러를 몽땅 뺀다 해서 경제가 무너질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그런 정도의 가능성만으로 시장 혼란이 오는 것은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를 못 믿는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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