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이 대선 정국의 한복판에 섰다. 1일 개막한 전당대회가 허리케인 구스타브 때문에 빛이 바랜 가운데, 그의 잡다한 사생활 스캔들이 뉴스 초점으로 부각됐다. 민주당 오바마 후보와의 대세 다툼에서 뒤진 매케인 후보가 변방 알래스카의 젊은 여성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고른 것은 건곤일척의 승부수로 평가된다. 따라서 페일린과 매케인 진영이 스캔들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면, 대선 판도는 오바마 쪽으로 완전히 기울 것이란 예상마저 나온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페일린 논란'을 눈 여겨 볼 만하다.
■매케인이 무명이나 다름없는 페일린을 '깜짝 후보'로 내세운 것은 '판 흔들기' 시도로 풀이된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여론 지지도와 관계없이,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앞세운 오바마의 기세를 꺾을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특히 이미지 열세를 만회할 방책이 절실했다. 이런 처지는 객관적인 영국의 칼럼니스트 크리스 에이레스가 두 후보의 이력을 담은 영상 다큐멘터리를 시니컬하게 비유한 논평이 상징한다. 오바마의 것은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보여줄 만하지만, 매케인의 것은 히스토리 채널에서나 방영한 뒤 곧장 DVD로 만들 정도로 재미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페일린은 언뜻 '빛나는 조연'의 요건을 두루 갖췄다. 미모의 백인 여성 정치인이란 점부터 오바마와 마주 견줄 만하다. 웅변력과 영민함도 돋보인다. 서민 출신에 혼자 힘으로 입신한 면모도 닮았다. 매케인이 대적할 수 없는 오바마의 매력을 상쇄하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헐리우드의 전설적 영화 캐릭터에 비유하면, <내일을 향해 쏴라> 에서 부치 캐시디(폴 뉴먼)를 떠받친 선댄스 키드(로버트 레드퍼드)라는 얘기다. 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의 샐리(멕 라이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해리가> 내일을>
■그러나 그는 초장부터 여론의 검증에 걸려 허둥대는 모습이다. 생후 4개월 된 막내 아들이 실제 17세 여고생 딸이 낳은 아기라는 소문이 퍼지자, "사실은 딸이 임신 5개월"이라고 해명했다. 또 딸이 아기를 낳고 결혼할 것이라고 밝혔다. 낙태를 반대하고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공화당 노선에 충실한 면모를 과시, 파문을 차단하려는 대응이다. 그러나 공직 비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참신성'이 퇴색한 것은 분명하다. 머지않아 전통적 할머니가 될 여성의 이미지로 거센 변화 물결에 맞선 '빛나는 조연'이 되기는 힘들 것이란 진단이다.
강병태 수석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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