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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별 볼일 없던 선수 '스타감독'으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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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별 볼일 없던 선수 '스타감독'으로 떴다

입력
2008.09.02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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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제38회 봉황대기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대구고 박태호(45) 감독은 '우승 제조기'다. 지난 2000년부터 대구고 지휘봉을 잡고 있는 그는 이번 봉황대기까지 전국대회에서만 6차례나 우승을 일궜다. 특히 봉황대기 우승은 대구고 개교 50년, 야구부 창설 31년 만에 처음이다.

박 감독은 '돌쇠'로도 통한다. 우직하고 뚝심 있는 성격의 박 감독은 '믿음'이라는 야구철학을 갖고 있다. 그는 선수를 기용하기 전에는 많이 고민하지만, 일단 기용하면 믿고 맡긴다.

경북고와의 결승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로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직후에도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믿었다"며 다시 한번 믿음을 강조했다.

■ 무명선수에서 스타감독으로

대구고-영남대 출신인 박 감독은 1987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청운의 꿈을 품고 뛰어들었지만 프로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92년까지 6년 동안 타율 2할5푼7리 5홈런 40타점의 평범한 성적만 남기고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 후 개인사업 등을 하던 박 감독은 6년 뒤인 98년 대구고 코치로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2년간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쌓은 그는 2000년부터 지휘봉을 잡았고 그 해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며 또 한 명의 '스타감독' 탄생을 알렸다.

이후 박 감독은 2003년 대통령배와 대붕기, 2006년 대붕기, 2008년 청룡기와 봉황대기 등 9년 재임 동안 6차례나 전국대회를 제패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 제자들에게 늘 미안

여느 고교감독과 마찬가지로 박 감독 역시 제자들의 진로와 진학이 가장 큰 숙제다. 올해도 3학년들 진학 때문에 애 좀 먹었다. 박 감독은 지금까지 이범호(한화) 박석민(삼성) 등 졸업 시킨 제자 100여 명 대부분을 프로와 대학에 보냈지만 성에 차지는 않는다.

"늘 미안한 마음뿐이죠. 모두 다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제가 더 잘 했어야 했는데…. 대학도 제대로 못 보낸 녀석인데 스승의 날 음료수 한 박스 들고 올 때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아요."

■ 즐기는 야구의 전도사

박 감독은 최근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프로구단의 지명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풍조가 안타깝다고 했다. 고교 졸업 후 프로에 가지 못 하더라도 대학에서 4년 동안 잘만 하면 얼마든지 기회를 잡을 수 있는데, 너무 조급하다는 것이다.

"야구를 단순히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야구를 하면서 그 안에서 인생을 배우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쌓아가는 거죠. 그러려면 야구를 즐기는 풍토가 필요해요. 우리 현실에서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즐기는 사람이 가장 강하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부터 노력할 겁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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