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3년 10개월 만에 1,100원대에 재진입하면서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과거 '최중경 라인'이라 불렸던 1,14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거 환율 상승은 수출 경쟁력 향상과 경제성장을 불러오는 '청신호'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물가 상승으로 내수가 위축되고 기업의 투자여력이 줄어들어 오히려 경기가 둔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6%로 7월의 5.9%에 비해 한풀 꺾였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었지만 이 같은 뉴스는 이날 외환시장과 증시에서 벌어진 혼란을 멈추는 데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다. 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더라도 1,100원대의 고환율은 다시금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거시계량경제모형(BOK04)에 따르면 유가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가 1년 동안 0.02%포인트 상승하는 반면 원ㆍ달러 환율이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1년 동안 0.08%포인트나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장재철 수석연구원은 "물가 불안으로 내수가 위축되는 악영향이 큰데다 최근 달러화 이외 통화의 약세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수출기업도 가격 경쟁력 강화라는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원가 상승이라는 부담만 안게 됐다"며 "환율 급등이 경기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어선으로 인식되는 1,140원 선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140원은 2004년 환율 하락기에 정부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면서 '최중경 라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와는 반대로 올해 여름에는 정부가 환율 상승을 억제하려 보유 외환을 대규모로 투입했지만 오히려 반작용만 일으키자 최근 들어서는 대규모 개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다양한 환율 상승 재료에 투기적 수요가 가세할 수 있어 1,140원 상승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9월 위기설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당국이 시장 안정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 9월 위기설이 시장의 루머로 판명될 경우 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홍승모 차장은 "현재 환율은 과열 국면에 진입했고, 조정을 받으면 단기간에 상당 폭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더 떨어진다면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축소되고 외국인도 현재의 낮은 주가에서 '셀 코리아'를 지속하긴 어려울 것이므로 원화가치 절하 요인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 등의 경기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상품시장에서 투기자본이 빠져나가는 여파로 '어부지리'식 글로벌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환율의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면서 연말까지 비교적 높은 수준의 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