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을 넣고도 기뻐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세 골을 넣고도 울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1대 0으로 이길 수도 있지만 3대 4로 패할 수도 있다는 말이고 득점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 아니라 실점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며 '얻음'의 기쁨만 생각하지 말고 '잃음'의 슬픔도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영어는 중요하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가? 온 지구가 하나가 된 지구촌 시대 아닌가? 영어를 못하면서 무슨 일을 하려고 덤빌 수 있단 말인가? 우리만 사는 세상 아닌데. 그런데 정말로 영어인가? 영어만 잘하면 선진국이 저절로 되고 자랑스러운 민족이 되며 그래서 우리는 정말 행복할 수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에도 영어 그 자체가 우리에게 행복을 안겨주지 않았음이 분명하고 앞으로도 안겨주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영어는 일부분이지 결코 전부가 아니고 도구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있고 거기에 영어가 덧붙여져야 영어가 쓸모있는 것이지 다른 지식 없이 영어 구사 능력만 뛰어나다고 해서 결코 미소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문지식이고 지혜이고 사고력이고 창의력이지 영어가 아니다.
의사에게 중요한 것은 의술이고 양심이지 영어가 아니며 법조인에게 필요한 것도 법률 지식과 올바른 판단력과 양심이지 영어가 결코 아니다. 영어가 정말 필요한 사람은 아무리 국제화시대라 할지라도 국민의 5%를 넘지 않을 것이다. 상황과 현실이 이러함에도 우리 사회에는 영어를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여 영어에 목숨 거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음은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까? 우리말도 익히기 이전에 영어를 배우느라고 정작 중요한 우리말의 의미를 익힐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영어 때문에 정작 중요하고 필요한 것들은 포기하고 있는 오늘 우리의 현실이 가슴 답답할 뿐이다.
전문성은 언제 키우고 창의성은 언제 키우며 나눔과 섬김과 봉사의 마음은 언제 키워갈 수 있는가? 이것들도 키우면서 영어 실력도 키우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만 능력과 시간의 한계를 지닌 인간 아닌가? 모두를 이루어낼 수 없다면 우선순위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박지성 선수나 박세리 선수는 영어 잘하였기에 세계적인 선수가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고 축구실력 골프실력을 익힌 후에 영어 익혀도 결코 늦지 않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필요에 의해 하는 공부가 훨씬 쉽고 빠르고 재미있을 수 있음까지 알았으면 좋겠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영어 공부가 쓸모없다거나 영어 공부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영어 공부가 1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고 모든 국민이 목숨 걸고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기초적인 영어 실력은 온 국민이 지녀야 하지만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은 필요한 사람만 필요할 때에 익혀도 된다는 말이다.
초ㆍ중ㆍ고 시절에 배우고 익혀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여 포기하고 있다. 영어 때문이다. 책도 많이 읽고 신나게 놀기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영어 공부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이다.
영어를 공부해서 얻게 되는 '득(得)'만 생각하지 말고, 영어를 공부하느라 어쩔 수 없이 놓쳐버린 '실(失)'도 생각해야 한다. 전문 지식과 지혜, 베품과 나눔과 섬김과 어울림과 양보심과 도덕심 함양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 영어는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영어가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볼 수 있어야 현명한 것 아닌가?
권승호 전주영생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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