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정치집단'이나 '압력단체'로 변질된 지 오래지만 최근 행태는 스스로 그 존재 이유까지 갉아먹고 있다. 수업권과 학습권을 무기로 학생들을 붙들고 있으면서, 제자들의 실력 향상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제 폐막된 전국 대의원대회의 핵심적 결의는 학업성취도평가 거부와 교원평가제 반대였다.
점수별로 등위를 매기거나 내신에 반영하는 게 아니고, 학습 수준을 3단계로 나눠 학교와 학생 학부모에게 공지하겠다는 것이 성취도평가의 본질이다. 그런데도 이를 거부하는 것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남들은 가만 있어라" 하는 꼴이다.
시험을 안 치면 학생들이 좋아하니 그게 '참교육'이라고 할지 몰라도 이런 행태는 학생들보다는 자신들을 위한 일로 보인다. 즉, 한사코 반대하는 교원평가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듯 싶다. 성취도평가가 이뤄지면 학교와 교원에 대한 간접적인 평가가 당연히 수반된다. 이를 근거로 학교 간 지원을 달리하고, 교원 재배치를 충실히 하면 오히려 전반적인 교육평준화로 갈 수 있다. 대의원대회에서는 교원평가제에 대한 진취적 의견이 없지 않았으나 강경파의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주장이 떳떳하지 못해서인지 이를 관철하는 방법도 졸렬하다. 정해진 시험 날짜에 학생들을 끌어내 체험학습을 떠나자느니, 제자들과 함께 답안지제출 거부운동을 하겠다니 이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본연의 자세, 원칙의 문제를 잃으면 명분과 힘을 얻기 어렵다. 4년 전 8만7,000 명을 넘던 조합원 수가 올해 4월 현재 7만4,000 여명으로 줄어든 것(교육과학기술부 통계)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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