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DVD 산업이 이번 달로 1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여전한 불법 복제 탓에 고사 직전인 DVD업계는 설상가상으로 외국계 대형사들이 잇따라 철수하는 등 우울한 10주년을 보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픽처스, 워너브라더스 등 외국계 대형 DVD 제작사들이 국내 DVD 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승을 부리는 불법 복제에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1999년 9월 <아름다운 비행> 이라는 국내 최초의 DVD 타이틀을 출시하며 사업을 시작한 소니픽처스는 이달을 끝으로 한국에서 철수한다. 소니픽처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한국 사업을 접기로 결정이 난 상태"라며 "금주 중 미국 본사 관계자가 방한해 청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너브라더스도 신작 DVD 타이틀 출시를 줄이면서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아름다운>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외국계 대형 DVD 제작사들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파라마운트, 유니버셜, 브에나비스타, 20세기폭스 등은 이미 2006년과 지난해 줄줄이 한국 시장에서 떠났다.
DVD 산업의 고사는 기형적인 한국 콘텐츠 산업의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국가 평균 영화 콘텐츠 산업의 수익 구조는 극장 매출 30%, DVD와 비디오테이프 등 부가판권이 70%이다. 그러나 한국은 거꾸로 극장 매출 75%, 부가판권 25%로 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콘텐츠 시장은 자꾸 줄어든다. 영화진흥위원회가 펴낸 한국영화연감에 따르면 국내 DVD 및 비디오 시장 규모는 2002년 7,730억원에서 올해엔 절반 수준인 3,28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더불어 한때 동네마다 몇 개씩 있던 비디오 대여점도 2001년 1만개 이상에서 지난해 약 3,500개로 급감했다. 비디오 감상실 또한 2001년 2,400여개에서 지난해 800여개로 쪼그라들었다. 사실상 국내 콘텐츠 소매업이 설 자리를 잃은 셈이다.
이처럼 DVD 산업이 국내에서 멸종 위기에 몰린 것은 바로 불법 복제 탓이다. 특히 인터넷의 불법 영화 전송은 심각한 수준이다. 영진위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불법 복제한 DVD 타이틀을 구매한 경험률은 8.1%, 인터넷에서 불법 전송받은 경험률은 무려 47.3%나 됐다. DVD 업계에선 이용자들이 100원 이상의 돈을 내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숫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불법 전송률은 70%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한국은 불법 복제 때문에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해적 국가' 취급을 받고 있다. 2004년 방한한 미국 파라마운트 사장은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불법 복제 DVD 타이틀을 본보기로 사가기도 했다. 미국 애플이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용 음악파일을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튠즈'를 한국에서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이유도 불법 복제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DVD플레이어 및 홈시어터 시스템 등 관련 전자산업도 성장하기 힘들다. 콘텐츠 없이 하드웨어가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차세대 DVD로 꼽히는 블루레이 산업의 발전에는 치명적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블루레이 개발 초기부터 뛰어들어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DVD 업계의 고사로 블루레이 타이틀을 국내에 출시할 업체들이 사라지고 있어 블루레이 플레이어 판매업계도 타격이 예상된다. 소니픽처스 관계자는 "현재 DVD 업계의 위기는 차세대인 블루레이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정부에서 불법 복제 및 전송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이용자들도 정품을 구입하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