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불황 직격탄' 재래시장의 우울한 추석맞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불황 직격탄' 재래시장의 우울한 추석맞이

입력
2008.09.02 02:17
0 0

"과일을 박스째 사가던 단골들이 요즘엔 사과 1개 배 2개 이런 식으로 사니까, 추석이라도 매출은 절반도 안 나와. 딱 상에 올릴 만큼만 사거든. 창피하지만 하루 매출이 20만원이나 될까…."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 1일, 서울 경동시장에서 만난 청과상 이 옥(62)씨는 추석 경기를 묻는 말에 손부터 회회 내저었다. "'추석 대목'이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했다. "여기서 과일장사 30년 했지만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도 했다.

같은 날 광장시장에서 만난 지모(61ㆍ수원상회)씨는 "추석이라도 사람들이 워낙 드문드문 들리는 형편이라 올해 '대목' 보기는 애당초 글렀다"고 했다. 할아버지대부터 광장시장에 자리를 잡아 한창 좋을 때는 추석 대목 한달 전부터 지방에서 올라온 상인이며 제수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시장 골목이 북적북적하는 것을 보고 컸지만, 요즘은 사람 구경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지씨는 "우리는 그나마 코리아하우스(한국의 집)에 납품하기 때문에 유지하지만 소매만 하는 가게들은 너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추석이 열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는데도, 재래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채 썰렁한 모습이다. 연초부터 물가가 치솟아 소비자들이 지갑을 꼭꼭 닫는다는 사실을 모르지야 않지만, 추석을 앞두고도 좀처럼 매기가 일지 않아 상인들의 한숨만 가득하다. 그나마 나쁜 경제상황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백화점보다 30~40% 가량 싼 재래시장으로 돌려주진 않을까 하는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명절 대목이면 지방에서 올라온 상인들과 제수 준비를 하려는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뤘던 남대문시장도 한산하긴 마찬가지다. 이날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한복상인 김모(52)씨는 "5년째 한복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엔 아이들 추석빔으로 한복 사러 나오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제기와 돗자리 등 제사용품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모(53)씨는 "제기 가격을 꼬치꼬치 묻고는, 비싸다고 그냥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허다하다"며 "추석 앞두고 시장 왕래하는 사람들이 좀 많아지면 (매출이) 나아질까 싶지만 크게 기대는 못한다"고 했다.

오히려 추석 대목보다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유입 여부가 상인들의 더 큰 관심사다. 요즘 남대문시장의 청과업체는 대부분 철수했고, 그 자리에 일본 관광객을 겨냥한 건강기능식품, 가방, 속옷, 아동복, 가발 등 다양한 공산품 가게가 들어왔다.

건어물과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전모(36)씨는 "요 몇 년 새 일본인 관광객이 남대문시장 주요 고객의 50%를 점한다"면서 "그런데 최근 일본도 경기가 좋지않은지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 매출이 30~40% 가량 떨어졌다"고 전했다. 추석 명절에 목을 매기보다는, 일본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축제 등을 마련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 게 이곳 상인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겁 없이 치솟은 생활물가도 상인들에겐 부담이다. 가격이 비싸지면 그만큼 매출이 줄기 때문이다. 올해 야채류 값은 별다른 변동이 없지만, 추석상의 기본 메뉴인 과일 육고기 해산물 등의 가격은 작년 이맘 때보다 크게 올랐다. 이른 추석으로 사과(홍로)의 출하에 맞추기가 어려워지면서 사과 값이 지난해 대비 평균 500원 이상 올랐고, 배도 개당 2,000~4,000원을 호가한다.

한우와 돼지고기 등 육고기 가격도 상승세다. 쇠고기 산적용 등심이 200g에 8,000원 내외, 돼지고기 삼겹살(200g)은 2,600~3,100원선. 유가 폭등에 따른 조업량 감소로 생선을 비롯한 해산물 가격도 대폭 상승했다. 작년 2,000원선이던 고등어가 올해 3,000~5,000원, 조기는 5,000~6,000원으로 올랐다. 오징어, 병어, 삼치, 갈치 등도 1,000원 정도 올랐다.

불황의 그늘이 짙지만, 그래도 실낱 같은 희망을 아예 놓을 수는 없다. 광장시장에서 6년째 생선장사로 터를 잡은 신촌상회의 주인 부부는 "그래도 대목이니까 평소보다 2배 정도 물량을 더 들여놓았는데 잘 팔릴지 불안하다"면서도 "요즘 민어로 만든 선물세트가 그나마 인기가 있어서 부지런히 선물세트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광장시장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상가 차원에서 추석할인행사나 이벤트를 진행할 만한 예산은 없지만, 개개 업체별로는 참치캔, 홍삼, 올리브유와 같은 추석선물세트를 마련하고 있고, 농ㆍ수산물도 2~3배 정도 더 들어온다" 며 "소비자들이 값싸고 품질 좋은 재래시장에 좀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강지원 기자 stylo@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