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26ㆍ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지난달 13일 새벽 4시에 알람소리를 듣고 피곤한 몸을 일으켰다. 한국과 미국의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첫 경기가 열리는 시간이었다.
100여개의 TV채널을 돌리고 돌려도 한국-미국전을 중계하는 채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추신수는 인터넷을 통해 기어이 이날 경기를 지켜봤다.
작은 모니터를 통해 한국 대표팀의 극적인 8-7 승리를 지켜보며 추신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토록 원했던 태극마크였다. '병역 면제'라는 현실적인 혜택을 차치하고라도, 조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던 추신수의 열망은 누구보다도 뜨거웠다.
'유일한 한국인 메이저리거 타자'라는 자부심이 오히려 '현역 빅리거는 올림픽 본선에 참가할 수 없다'는 족쇄가 되어 돌아왔을 때, 추신수는 누구보다도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초등학교 동기 동창인 이대호(롯데)와 정근우(SKㆍ이상 26)가 대표팀 중심타선에서 맹활약하는 것을 지켜보며 추신수는 다시 한번 두 주먹을 움켜 쥐었다. 진정한 '한국 최고의 타자'가 되겠다는 굳은 다짐이었다.
그리고 추신수는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올림픽의 한'을 풀어버리기라도 하듯, 추신수는 8월 한달 동안 85타수 27안타로 3할1푼8리의 고감도 타격을 뽐냈다. 27안타 중 홈런과 2루타가 각각 5개와 10개로 장타율은 무려 6할3푼5리에 이른다.
팔꿈치 수술 후 전반기를 2할4푼3리로 마쳤던 추신수는 신들린 듯한 타격 솜씨를 과시하며 시즌 타율을 2할7푼6리까지 끌어올렸다. 이런 추신수에 대해 에릭 웨지 클리블랜드 감독은 추신수에 대한 꾸준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추신수는 1일(한국시간) 홈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경기에 변함없이 좌익수 겸 6번 타자로 출전 했다. 그리고 감독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0-1로 뒤진 2회말 1사후 첫번째 타석에 들어서 동점 홈런을 터뜨렸다. 최근 10경기에서 터진 5번째 홈런포였다. 전날 9회말에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극적인 동점 홈런을 쳐냈던 그였다.
추신수는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과 달리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추진하는 WBC는 메이저리거인 그에게도 출전의 문이 활짝 열려있다.
클리블랜드의 중심타자로 우뚝 선 추신수는 WBC 대표팀 발탁이 유력시되고 있다. 추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할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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