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시장의 블루칩 박수근 화백의 ‘시장의 여인들’은 경매시장에 나올 때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05년 12억원, 2006년 19억원, 지난해에는 25억원에 거래됐으니, 이 작품을 사고파는 것만으로 1년 만에 6억~7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작품을 사들였다가 되판 개인 컬렉터는 세금 한 푼 물지 않아도 된다.
20년 가까이 논란을 거듭해온 미술품 양도소득세 과세 문제가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개인이 갖고 있는 4,000만원 이상의 그림 등 미술품과 골동품을 팔아 남기는 차익에 대해 20%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가 5년 만에 미술품 양도소득세 과세 법안을 되살리려 하는 것이다.
미술품의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과세당국) ‘세금으로 미술시장에 불황 우려된다’(미술계)며 10년 넘게 공방이 벌어진 ‘뜨거운 감자’였다. 정부는 1990년 미술품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도 미술계 반발로 5차례 시행을 유보한 끝에 2003년 국회에서 관련 법 조항이 삭제되는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다.
현재 미술품에 부과되는 세금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작가가 창작품을 판매하거나 화랑이 소장 미술품을 판매하는 경우 사업소득으로 간주돼 종합소득세가 매겨지고, 법인이 갖고 있던 미술품을 팔 경우에는 양도차익에 대해 법인세가 부과된다. 또 미술품을 상속 또는 증여하는 경우에도 상속세법에 따라 과세된다. 하지만 개인이 미술품을 판매할 경우에는 세금이 없다. 심지어 개인 컬렉터가 공개 경매시장을 통해 작품을 거래해도 경매회사가 받은 수수료에만 세금이 매겨지고 있을 뿐이다.
지난 5년간 국내 미술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여건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술품에 세금을 거두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설령 미술계의 반발이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다고 해도, 미술품이 아파트나 땅처럼 등기등록을 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과세당국이 무슨 수로 미술품 거래를 포착해서 제대로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도 완벽한 제도 정착을 자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술품 양도세 과세는 실효성의 문제를 떠나 과세형평성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술계의 관행적인 무자료 거래까지 일일이 찾아내기는 어렵지만 몇 년 새 급성장한 경매시장에 실낱 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희수 재정부 세제실장은 “적어도 공개 경매시장에 대해서는 세원 포착과 평가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옥션, K옥션 등 경매회사를 통한 미술품 낙찰액은 2005년 189억원에서 2006년 600억원, 2007년 1,875억원으로 해마다 3배가 넘게 급신장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