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900만원에 2살배기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짜리 아들을 둔 외벌이 회사원 김모(38)씨. 올해 내야 할 근로소득세는 304만원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 첫째의 어린이집 보육료로 50만원, 연금저축 25만원, 자동차보험 자녀보험 등 보험으로 약 30만원씩 내는 것과 100만원 가량 생활비 명목의 신용카드 결제 등 다달이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은 뻔하다.
월급쟁이 유리지갑 터는 세금에 대한 불만은 많지만, 김씨는 MB정부 감세조치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도 이런 소박한 기대는 저버리지 않았다. 1일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김씨가 내년에 내야할 소득세는 올해보다 59만원 줄어드는 245만원 가량. 2010년에는 소득세 감소로 올해보다 84만원이나 여유가 생길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 개편 중에서 서민ㆍ중산층이 가장 반기는 소식은 아무래도 소득세 인하. 정부안에 따르면, 현행 8~35%인 소득세율은 2010년 6~33%로 2%포인트 인하된다. 소득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세율이 2009년과 2010년 1%포인트씩 낮아지기 때문에, 이번 소득세 인하의 경우 고소득층에 큰 혜택이 돌아간다. 연간 1,000만원 넘게 많은 세금을 내던 고소득층의 세금 경감효과는 100만원대를 넘어선다. “과표가 낮을수록 경감률이 높기 때문에, 중ㆍ저소득층에 유리한 세율 체계”라는 기획재정부의 설명이 무색할 지경이다.
여기에 최근 소득세 개편의 추세를 이어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부담을 큰 폭으로 덜게 되는 구조가 갖춰졌다. 자녀가 많은 가구에 유리하도록, 가족 수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근로소득공제는 100만원이 줄어드는 대신 본인 및 부양가족 1인당 기본공제는 현행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50% 늘어난다. 소득공제 혜택이 적은 독신 근로자의 세금 부담은 현재 4인가구의 1.1~2.3배로 크지만, 내년에는 최대 3.7배까지로 훨씬 무거워지게 된다.
가령 똑같이 연봉 4,000만원을 받는 4인가구(외벌이 부부와 2자녀)와 독신 근로자가 있다고 할 때, 가족수의 차이로 4인가구는 1인당 공제 450만원(150만원x3명)를 포함해 기본적인 소득 공제만 700만원가량 많기 때문에 그만큼 과표도 낮아진다. 그 결과 4인가구는 올해 135만원에서 내년 35만원, 2010년에도 추가로 18만원씩 줄어들어 2년간 31.7%의 감세 혜택을 누리게 되지만 올해 1.4배(228만원)의 세금을 내는 독신자의 경우 세 경감 폭은 절반 수준에 그쳐 2년 뒤 38만원(16.6%)밖에 줄지 않는다.
연봉 8,000만원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4인가구(873만원→793만원→738만원)와 독신가구(964만원→918만원→858만원)의 소득세 격차는 올해 91만원에서 2010년 120만원으로 벌어진다. 연봉이 2,000만원인 근로자라면, 독신자(23만원→22만원→18만원)는 4인가구(10만원→6만원→5만원)보다 2.7배나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
또 자녀의 교육비 공제 한도를 100만원 확대(200만원→300만원, 대학생 700만원→800만원)하고 부양가족 의료비 공제 한도도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늘어나, 자녀 교육비나 의료비로 지출이 많은 근로자는 세(稅)테크를 잘 하면 훨씬 체감 감세효과가 커질 수 있다. 또 만기 30년이상 모기지론 이자상환액이 있는 경우 이자비용 공제한도를 연 1,500만원까지로 500만원 확대된다.
부양가족과 관련한 공제 혜택이 확대되고 있지만, 단 부양가족에 어머니를 올릴 경우 종전에는 55세이상부터 인정됐으나 앞으로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6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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