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원(39)씨는 전 직장을 떠난 지 15일 만에 지금의 새 직장으로 출근했다. 다른 사람들은 '수월하게 공백기 없이 재취업에 성공한 것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백씨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인테리어 전문기업 ㈜까사미아의 경기 성남시 분당점 매니저로 일하는 백씨는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절박한 심정으로 재취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1997년 외국계 할인마트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8년 동안 일한 백씨는 2006년 외국계 홈인테리어 유통업체로 전직했다. 옮긴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 받아 진급도 했다. 직장 생활은 신났고 사는 것도 즐거웠다. 그러나 웃음은 오래 못 갔다. 잇단 적자로 경영 위기에 몰린 회사가 지난해 6월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철수가 완전히 끝나면 꼼짝없이 백수가 되는 거잖아요. 말기 암 환자가 처음에 암 진단을 받으면 자살을 생각한다는데 제가 딱 그 처지였어요." 적어도 10년 이상은 다닐 것으로 믿었던 직장이 없어진다는 사실에 백씨가 받은 충격은 컸다.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밤잠을 못 이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감 상실이었다.
결국 지난해 8월 15일 매장 철수가 끝났다. 이 때부터는 회사에 적만 두고 월급은 받긴 했지만 출근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도서관에 나갔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노사공동재취업지원센터에도 등록했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을 보며 자극을 받았어요. '나는 저 사람들보다 뒤 처진 인간인가'라는 자문을 하며 삶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았죠. 직장을 잃어 창피하다고 집에 눌러 앉아 인터넷 취업사이트만 보는 사람은 절대 재취업 못한다고 확신했어요."
재취업지원센터에서 이력서 쓰기와 면접 요령, 능력과 적성에 맞는 회사 고르기 등을 배웠다. 삶에 대한 활력을 잃지 않기 위해 평소 즐기던 배드민턴, 인라인 스케이트 등의 운동을 더욱 열심히 했다.
재취업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닥치는 대로 아무 회사나 지원하지 않았다. 적성과 능력에 맞는 한 두 곳을 찍은 뒤 집중적으로 그 회사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추석 연휴 전에 지금의 회사에 면접을 봤고, 연휴 후에 합격 소식을 들었다. 합격 기념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 9월 30일에 공식적으로 전 직장을 그만 두고 보름 만인 10월 15일부터 새 회사로 출근했다.
백씨는 "짧은 기간에 재취업에 성공한 비결은 심리적 안정을 가진 덕분"이라고 말한다. 도서관 가기와 꾸준한 운동 외에도 그에겐 자신의 고민과 속내를 맘껏 털어놓을 수 있는 정신적 멘토 3명이 있었다. "제 멘토는 매형과 두 분의 직장상사에요. 정신적으로 힘들 때 맘 놓고 기댈 수 있는 큰 나무 같은 분들이죠. 실직을 하든 취직을 하든 평소에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김일환 고용정보원 홍보협력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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