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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대 선 '구스타보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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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대 선 '구스타보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입력
2008.09.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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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 의 도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문화가 경제를 견인하는 이 유럽의 고도는 매년 여름 세계 최대 뮤직 페스티벌로 또 한번 세계인들의 발길을 이끈다.

'소금(Saltz)성(Burg)'의 마법이 인도하는 흥겨운 잔치, 잘츠무르크 음악 페스티벌은 한 자리에서 클래식 올스타전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약 한 달 밤낮동안 이곳에서는 세계 음악계를 주도하는 별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축제의 폐막을 이틀 앞둔 29일 밤, 페스티벌 하우스 앞은 성장한 음악애호가들로 가득했다.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 빛나는 재능의 르노(바이올린)-고티에(첼로) 카퓌송 형제, 세계 지휘계의 총아 구스타보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꿈 같은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베토벤 <삼중협주곡> 를 들고 그들이 눈부시게 등장했다. <삼중협주곡> 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를 독주 악기로 사용하면서 오케스트라 협연을 가미한 독특한 형식의 작품으로 연주자 개개인의 기량과 서로의 찰진 호흡이 요구된다.

이 작품을 함께 녹음한 바 있는 아르헤리치와 카퓌송 형제는 과연 드림팀답게 시종일관 안정된 호흡으로 긴밀한 유대를 이루며 서로를 이끌었다.

피아노 보다는 두 현악기에 방점을 둔 작품이기에 아르헤리치의 경이로운 테크닉과 불꽃같은 타건에 대한 욕심은 마음 한 켠에 접어두었지만 그녀는 곡 전체의 버팀목으로서 무게 중심을 지키면서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탄력적인 사운드와 곳곳에 묻어나는 개성적 해석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매 시즌 세계 무대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카퓌송 형제 역시 곡 전체의 농담의 묘미를 살리며 알찬 연주를 선보였다.

르노 카퓌송은 명확한 사운드로 자신감과 패기넘치는 연주를 보여줬고, 고티에 카퓌송은 곡 전체의 구조적 흐름을 인식한 효과적 호흡으로 명징한 프레이징을 살리며 연주를 주도했다.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최대한 솔로이스트를 배려하면서도 적재적소에서 맥을 짚어나가는 연주로 곡의 맛을 더했다. 젊음과 경륜이 만나 개성과 조화로 빚어낸 <삼중협주곡> . 그들의 이름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 음악을 향한 진정성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2부의 시작과 함께 160여명의 단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무대를 꽉 채웠다. 두다멜이 <전람회의 그림> 을 위해 다시 무대에 섰다. 트레이드 마크인 곱슬머리와 함박웃음으로 등장한 27세의 젊은 지휘자는 포디엄에 오르는 순간 압도적 카리스마로 장중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티마'의 산물인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최근 세계 음악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세계 음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몇몇 젊은 지휘자 가운데서도 두다멜은 더욱 뛰어난 재능으로 더욱 특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이번 페스티벌의 상주 오케스트라로 활약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세계적 명성의 페스티벌 무대에서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만만치 않은 실력을 입증하거니와, 절망의 끝에서 음악에 삶과 희망을 건 고귀한 젊음들의 열정은 우리에게 다시금 음악의 위대한 힘을 일깨워주고 있다.

두다멜의 몸짓과 함께 황금빛 금관의 우렁찬 울림이 문을 열었다. '프롬나드'를 시작으로 두다멜은 펄펄 나는 팔색조같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타고난 지휘자의 피와 영리한 두뇌는 본능적으로 사운드의 밸런스와 완급을 조절했고 한치의 오차없는 정확한 비트와 손놀림으로 각각의 에피소드에 저마다의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그의 열손가락 끝에서 뿜어나오는 압도적 기류는 마치 자석과 같이 오케스트라를 끌어당기며 일치된 하나의 움직임을 낳았다.

'두다멜 자기장' 속에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서로에 대한 완벽한 신뢰를 보여줬고 이는 음악으로 드러났다. 포디엄 위의 믿음직한 큰 형은 그를 믿고 따를 든든한 아우들을 향해 눈을 맞추었고 그들은 한음한음을 온기로 채우며 눈앞에 살아숨쉬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오케스트라의 음색은 너무나 젊고 건강했다. 26세 미만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놀랄만한 집중력과 근성, 에너지로 가득했다. 바늘 들어갈 틈 없이 완벽하게 정련된 사운드는 아닐지라도 그들 사이에는 그 어떤 오케스트라에도 뒤지지 않는 일치된 호흡과 유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의 활끝이 동시에 하늘을 향하며 마지막 울림을 알리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두다멜은 베네수엘라 국기가 휘날리는 객석으로 뛰어내려가 '엘 시스티마'의 창립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를 무대로 이끌었다.

콘서트장은 흥분과 열기로 가득했다.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맘보', <라데츠키 행진곡> 등의 앙코르가 이어지며 더욱 흥을 돋우었다. 종종 보는 즐거움은 듣는 감동을 배가시킨다.

연주 중 한꺼번에 악기가 날아다니고, 바이올린 주자가 타악기 주자에게 달려가고, 발을 구르고, 일어섰다 앉았다 춤을 추며 파도타기까지…. 남미 특유의 체화된 열정과 리듬으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쇼를 선사하면서도 오히려 잔치를 즐기는 쪽은 관객이 아니라 그들인 듯 했다.

들끓는 에너지와 폭발하는 예술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마에스트로 두다멜과 젊은이들은 이날 음악계가 그들에게 보내는 무한한 신뢰와 기대의 이유를 확인시켜줬다. 앞으로 이들이 걸어갈 앞길에 지금처럼 기분좋은 동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기만 하다. 비록 호주머니는 가벼워졌지만 가슴 한가득 추억을 선물해준 잘츠부르크의 밤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다.

잘츠부르크=백수현(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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