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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봉황대기 고교야구/ ‘50세’ 대구고, 봉황과 첫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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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봉황대기 고교야구/ ‘50세’ 대구고, 봉황과 첫 상봉

입력
2008.09.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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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서울(올해는 수원)까지는 승용차로 3시간20분, KTX(고속철도)

로는 약 1시간40분 거리(약 300㎞).

우스개 소리지만 하루에 10㎞씩 천천히 걷는다 해도 한 달이면 족하다. 하

지만 봉황을 품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31년이나 됐다.

올해로 개교 50주년, 야구부 창설 31주년을 맞은 대구고가 마침내 고색창

연한 초록봉황을 품에 안았다. 대구고는 29일 수원구장서 벌어진 제38회 봉

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향토 라이벌’ 경북고를 2-1로 누르고 첫 봉황대기 패권과 함께 올해 2관왕(봉황대기, 청룡기)에 올랐다.

1회전부터 강호들을 잇달아 격파하고 결승까지 올라온 경북고는 선전했지만 집중력 부족 탓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경북고는 1~4회 매회 선두

타자가 출루하는 등 10안타에 4사구 7개를 얻었지만 단 1득점에 그쳤다.

‘지역 라이벌’답게 두 팀은 1회부터 9회까지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먼저포문을 연쪽은 대구고. 대구고는 4회말 선두 김장섭의 좌중간 2루타, 김선민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서 고도현이 중전적 시타를 터뜨렸다.

1981년 이후 27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린 경북고의 반격도 매서웠다. 경

북고는 5회초 2사 후 이지찬의 중전안타, 박세민의 좌익선상 2루타로 동점에성공했다. 경북고는 9회에서 2사 만루의 결정적 찬스를 잡았으나 끝내 한 방이 터지지 않아 역전에 실패했다.

가까스로 역전 위기를 넘긴 대구고는 9회말 선두타자 고도현이 3루수 실책

으로 출루한 뒤 신원재의 희생번트로 2루에 안착했다. 경북고는 병살을 노리기 위해 임세원을 고의 4구로 거르고 이강혁과의 승부를 택했다.

이강혁은 그러나 볼카운트 1-2에서상대 왼손선발 이상민의 바깥쪽 공을 밀어 쳐 좌익선상 30㎝ 안쪽에 떨어지는 천금 같은 끝내기 안타를 날렸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는 결승전을 포함해 팀이 올린 6승 가운데 3승을 올린 대구고 에이스 정인욱이 선정됐다. 정인욱은 이번 대회 5경기에 등판, 16과3분의2이닝을 던지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수원=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 봉황대기 야구 결산

고교야구 최대 축전인 제38회 봉황대기전국고교야구가 20일간(8월10~29일)의 열전을 마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대구 라이벌' 대구고와 경북고가 결승에서 만나 '대구 잔치'를 벌였다. 비록 결승에 오르진 못했지만 20년 가까이 전국무대의 변방에 머물던 청원고(구 동대문상고)와 16년 만에 다시 출범한 청주고가 4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뜨거웠던 '봉황 20일'을 되돌아봤다.

▲ 이변의 연속

박승호 감독이 이끄는 공주고는 1회전에서 올해 2관왕(대붕기, 미추홀기)인 인천고를 9-3으로 대파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청주고는 '우승후보' 덕수고와 서울고를 잇달아 격침시키며 창단 첫 봉황대기 4강의 '신화'를 이뤘다. 92년 불미스러운 일로 전격 해체됐던 청주고는 올해 청주기공 야구부를 흡수해서 16년 만에 재창단했다.

▲ 영남 강세

당초 패권은 서울과 호남의 싸움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우승팀 충암고을 비롯해 덕수고 서울고와 '호남야구의 기수' 광주일고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청룡기 우승팀 대구고와 대붕기 3위 경북고는 '가볍게' 결승까지 오르며 '영남 만세'를 불렀다. 상대적으로 경남고 부산고 개성고 등 부산지역 명문들은 대구에 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다.

▲ 3학년 같은 2학년

경남고 내야수 이정윤, 공주고 투수 안승민, 광주일고 외야수 강백산, 광주진흥고 투수 김정훈, 내야수 임병훈, 대구 상원고 투수 박화랑, 포수 김민수, 대전고 투수 황인준, 덕수고 투수 이영준, 외야수 김경도 나경민, 동산고 투수 김경태 전준영, 서울고 내야수 김동빈, 제물포고 내야수 남태혁, 천안북일고 외야수 김동엽, 청원고 투구 박상옥, 포수 박세민, 내야수 오승택, 충암고 내야수 문찬종, 외야수 구황, 대구고 투수 이재학, 내야수 김선민 등은 벌써부터 내년 시즌 대어로 꼽히고 있다.

● 대구고 박태호 감독 "우승 많이 했지만 이번이 최고"

"전통의 봉황대기에서 첫 우승을 차지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2000년부터 모교인 대구고를 맡고 있는 박태호(45) 감독은 이 대회 전까지 전국대회 우승만 5차례나 일궈냈다. 그러나 우승 경험이 많은 박 감독이지만 우승이 확정된 직후 "대구고!"를 연호하는 3루 관중석을 바라보며 잠시 목이 멨다.

박 감독은 "우승을 제법 많이 했지만 이번만은 남다르다. 1977년 야구단 창단 이래 첫 봉황대기 우승이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중-대구고-영남대-롯데를 거친 박 감독은 1998년 대구고 코치로 부임하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지도자가 되기 전부터 '믿음의 야구'를 제일의 원칙으로 삼았다는 박 감독은 "오늘도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돼 걱정도 됐지만, '그래도 함께 고생한 제자들을 끝까지 믿어보자'고 생각한 게 짜릿한 승리로 연결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 MVP 우완 정인욱 "봉황 품어 기뻐 프로가 잘하겠다"

"청룡기에 이어 또다시 MVP를 받아서 눈물이 나도록 기쁩니다."

대구고 우완 에이스 정인욱(18)이 청룡기에 이어 봉황대기에서도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더불어 자신은 두 대회 모두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정인욱은 이번 대회 팀이 치른 6경기 중 5경기에 나와 3승을 책임졌다. 특히 29일 결승전에서는 구원투수로 등판, 묵직한 직구에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잘 버무려 4와3분의1이닝 4피안타 5볼넷 3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우승의 주역이 됐다.

경기 후 정인욱은 "개인적으로 MVP 두 번과 함께 팀도 2관왕을 차지해서 너무 행복하다. 오늘 끝까지 피 말리는 승부를 했는데, 내 볼과 동료들을 믿고 자신 있게 던졌다"면서 "졸업 후 프로야구 삼성에 가는데 오승환 선배처럼 언제나 마운드를 지배하는 당당한 투수가 되고 싶다. 그 동안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과 함께 고생한 동료들에게 모든 영광을 돌린다"며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수원=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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