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29일 한나라당 의원연찬회 특강에서 이명박 정부 6개월의 경제 성적에 대해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경제지표는 물론, 서민들의 체감 경기까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최근 정책 드라이브에 나선 청와대의 돌연한 자신감이 어디에 기반한 것인지 대충 짐작케 하는 발언이었다.
박 수석은 말 머리에선 "경제 살리기가 본격화하지 못해 국민들이 고통받도록 하고 실망시킨 점 참모로서 깊이 사과한다"며 머리 숙였다. 하지만 박 수석은 이내 지난 6개월 간의 경제 성적표를 매기면서 성장 물가 환율 등 각 항목 모두에'선방'이라는 점수를 줬다.
성장에선 두 가지 논리를 폈다. 정권 초기의 '체제전환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초기 6개월 성장률은 3.02%였는데 올해는 5.3% 성장했고, 참여정부 6개월엔 일자리가 2만개 줄었지만 우리는 16만~17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살인적 유가 상승 속에 이 정도 성장은 상당히 잘 한 것이란 논리도 폈다. 유가가 10% 뛰면 경제성장률이 0.35% 포인트 낮아지는데 지난 6개월 간 유가가 50% 상승했으니 성장률에서 1.85% 포인트 까먹고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는 "그런데도 5.3% 성장했다"며 "일본이나 유럽연합(EU)은 2ㆍ4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는 나름대로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에 대해서도 "원자재가 폭등으로 6개월 간 4.8% 상승했지만 중국(7.9%), 미국(4.8%) 등 강대국도 한국과 비슷하거나 높다"며 "그런 면에서 참담한 성적표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또 급등하는 환율에 대해 "지난 5년 간 원화가치가 너무 절상돼 지금 시장이 반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참여정부 책임론을 폈다. 박 수석은 그러면서 지난 10년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분배도 악화한 시기"라며 "결국 삶의 질, 국가위상, 인재육성 등에서 선진국에 크게 벌어졌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또 일각의 '9월 금융위기설'과 '10월 외환위기설'에 대해 "지금 단기 외채가 늘어난 상당 부분은 국내 외국계 은행의 채무이고, 환율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선물환 매도 매수가 활발해 벌어진 일"이라며 "외채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다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는 "지방 건설사 사정이 썩 좋지 않고, 저축은행의 상황이 악화해 있지만 정부가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필요하면 오퍼레이션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