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이어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이 또 다시 마지막 단계에서 농업문제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 즉 7월 2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폐막된 DDA 협상이 자유화 세부원칙에 대한 잠정타협안 마련 등 전례 없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농업분야의 개도국 긴급수입관세와 관련해 미국과, 인도 중국 등 개도국과의 이견 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DDA협상은 일단 결렬됐지만
2007년 현재 인구가 세계인구의 4.6%인 미국의 곡물생산은 세계의 16.9%, 곡물 소비는 13.8%에 이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구대국 중국은 세계 인구의 19.9%, 곡물생산의 19.4%, 곡물소비의 18.6%, 또 다른 인구대국 인도는 세계인구의 17.1%, 곡물생산의 9.9%, 곡물소비의 9.5%로 집계되고 있다.
지구 규모의 곡물 분배라는 측면에서 볼 때 중국과 인도는 곡물의 자급자족을 통해 국제시장의 수급안정에 기여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곡물수요가 증가하면서 더 이상 그 같은 수급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후조건 및 미국의 에탄올생산 등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나 2006년 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국제 곡물가격의 폭등이 두 나라의 곡물 수요증가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 면에서 소국이면서 농산물 순수입국인 한국과 일본은 어떠한가? 한국은 세계인구의 0.7%, 곡물생산의 0.2%, 곡물소비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인구의 1.9%, 곡물생산의 0.5%, 곡물소비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모두 국제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식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나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보다 높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식량안보문제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중국 인도에서 식생활의 서구화가 진전될 경우 두 나라가 국제 곡물시장에 미치게 될 영향이 주목된다. 2007년 현재 미국의 연간 1인 당 쇠고기 닭고기 소비량은 각각 45.6kg과 45.4kg이다. 이에 비해 인도의 연간 1인 당 쇠고기 닭고기 소비량은 각각 1.6kg과 1.9kg에 불과하다.
인도의 연간 1인 당 곡물소비량은 178kg인 데 비해 미국은 무려 1,046kg으로, 인도의 6배, 중국 한국 일본의 약 3배다. 중국과 인도의 늘어나는 곡물수요를 부분적으로나마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농산물 무역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순수입국인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DDA 협상의 결렬은 유감이나 농업부문에 국한해서 보면 당장은 전면적인 수입개방을 피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협상 결렬로 농업의 국제화가 멈춘 것이 결코 아님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미FTA가 비준을 기다리고 있고, 연말에는 한ㆍEU FTA도 타결될 전망이며, DDA 협상 또한 머지않아 재개될 것이다.
먼저 국내갈등부터 최소화해야
협상 결렬이 미국의 대선, 인도의 총선과 같은 이해당사국의 정치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느 나라든 대외적 협상보다 대내적 협상이 우선이다. 한국은 대미 쇠고기협상의 교훈을 되살려 국제화과정에서 결코 피할 수 없는 농업문제를 둘러싼 대내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농지보전, 쌀 생산 확대를 통한 밀 수요의 대체, 사료용 쌀 품종의 육종 등도 식량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다. 정부는 국제 곡물시장의 공급과잉 기조 하에서 유지되어 오던 양곡정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조석진 영남대 식품산업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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