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업체 A사의 신용등급은 'BBB-'(투자 적격). A사는 최근 입지 여건이 좋은 수도권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한 은행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요청했으나, "신용등급이 더 나은 회사에도 PF 대출을 중단한지 오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건설업계 위기설'로 대출 심사가 강화돼 대형 건설사조차도 PF 대출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A사 관계자는 "어렵게 잡은 유망 사업인데, 다음달 중으로 대출이 성사되지 않으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경영난에 처한 중견 건설사들은 요즘 금융권에서도 찬밥 신세다. 건설사의 신용평가를 토대로 PF 대출을 해온 금융권이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해 자금 회수가 안되자 서둘러 PF 대출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명동 사채시장에서조차 건설업체 발행 기업어음은 취급 거부를 당하고 있어,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ㆍ중견업체들의 돈줄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어지간해서는 대출도 안되지만 설령 대출을 일으킨다 해도 최근의 금리 인상 탓에 이자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이라며 "분양 시장을 장담할 수 있다면 이자 부담을 감안하고서라도 밀어붙이겠지만, (시장을) 확신할 수 없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C건설 개발사업 담당 임원은 "요즘 건설사들은 제2금융권은 물론 사채시장에서조차 신용등급을 알아보기도 전에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며 "현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산 매각 뿐"이라고 전했다.
실제 사정이 급한 업체들은 신규 사업을 위해 확보해둔 핵심 부동산을 헐값에 팔아치우고 있다. 수도권 택지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D사는 역세권 입지에 복합상업시설이 들어설 알토란 같은 사업 부지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포기했다. E사는 미분양 물량을 정상 분양가의 20~30% 할인 가격에 통째 팔아치우는 '땡처리'로 손절매에 나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는 자사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달라고 민간 부동산펀드에 제안도 하고 있지만, 이미 펀드에 줄을 선 업체들이 많아 펀드 매각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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