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역사적 연설을 한 지 45년이 지난 28일. 미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후보수락연설을 통해"위협 받고 있는 미국의 꿈을 되살리겠다"고 천명하자 콜로라도주 덴버 인베스코 풋볼 경기장에 모인 8만4,000여 명의 민주당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와 우렁찬 박수를 보냈다.
인종차별의 아픔을 안고 있는 노년의 흑인 지지자들은 서로 손을 부여잡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오바마가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세우기 위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떼는 순간이었다.
버락 오바마의 후보수락연설은 화려했다. 오바마 후보는 200개가 넘는 조명과 대형트럭 20대 분의 장비를 동원해 지은,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연단 위에 올랐다. 공화당은 "신전에서 연설이라니 엘리트주의자 오바마답다"고 비아냥거렸지만, 연설의 내용은 그런 비난을 풋볼 경기장에 묻어버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등단한 오바마 후보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감사하다"는 말을 되풀이한 뒤, 우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에게 감사를 표했다. 오바마 후보의 백악관 입성을 위해 힐러리 부부의 협조와 민주당의 단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해주는 장면이었다.
킹 목사의 연설 45주년이라는 점 때문에 오바마 후보가 인종문제에 관해 어떤 발언을 할 지에 미국인들의 이목이 쏠렸다. 워싱턴포스트는 "킹의 꿈을 이룰 새로운 날이 밝았다"는 말로 이 날을 표현했다. 오바마는 킹 목사의 연설 가운데 "우리는 홀로 걸어갈 수 없다" "우리는 등을 돌릴 수 없다"는 대목을 인용했다. 하지만 인종을 뛰어넘어 모든 미국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화합'을 강조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서민들의 삶을 묘사하며 차분하게 조세정책과 외교정책 등 구체적인 정책 구상을 밝히는 데 치중했다. 뉴욕타임스는 29일 "고상했던 말투를 버리고 세속의 세계로 돌아왔다"고 평했다. 또한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조지 W 부시에 연결시키는 '매케인=부시'전략을 뼈대로 삼아 자신의 집권 구상을 펼쳐 나갔다.
수락연설이 끝날 무렵에는 형형색색의 색종이가 흩날리고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장식했다. 오바마 후보는 존 F 케네디 민주당 대선후보의 1960년 로스앤젤레스 콜로세움 연설이후 처음으로 야외 무대에서 후보수락연설을 했다.
후보수락 연설에 앞서 이어진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릴레이 연설에서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링컨의 지지자들이 가장 높이 샀던 경험은 대결의 시대에 희망을 불러일으킨 링컨의 강한 역량"이었다며, "그런 비범한 역사적 전환점에 대한 동일한 경험을 가진 후보를 갖게 됐다"고 오바마 후보를 링컨 전 대통령에 비유했다.
킹 목사의 아들 마틴 루터 킹 3세는 "아버지는 오바마와 그를 후보로 뽑은 당, 그리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을 미국을 자랑스러워 했을 것"이라고 말했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공화당 매케인 의원이 베트남 전쟁 당시 포로였던 경험을 지나치게 우려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덴버=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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