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과 동시에 발발한 그루지야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사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그루지야는 패자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는 29일"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올림픽에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고대 그리스의 불문율을 깨고 용감하게 남오세티아로 진격했지만 얻은 게 아무것도 없는 신세"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공부한 사카슈빌리 대통령이 미국을 믿었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여 있는 미국의 처지를 미처 생각했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도 분명한 패자이다. 미국에게 그루지야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구 소련 영향권을 잠식하는 전초기지였다. 하지만 이 사태로 그루지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은 물 건너갔다. 나토 회원국은 타국으로부터 침공받았을 때 다른 회원국들이 자동 참전하도록 되어 있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기존 가입국들은 골치덩이 그루지야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뻔하다. 결국 나토의 동진이라는 미국의 원대한 포부는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이 신문은 러시아 역시 승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문은 "에너지를 발판으로 다시 한번 부흥기를 맞고 있는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과 대치하는 상황은 국가 장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이 신문은 "올림픽을 주최한 중국은 사정이 다르다"며 "사태 초기 내내 올림픽 분위기에 휩싸여 사태와 거리를 유지해왔던 중국은 이번 사태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8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보여주었듯 중국은 그루지야 문제에서 러시아편도, 미국과 유럽 편도 들지 않는 등거리 자세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으로부터 구애를 받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각에서 논의하는 대 러시아 제재가 가시화할 경우 러시아로서는 중국에 더 크게 의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래 저래 중국으로서는 괜찮은 카드를 쥐고 있다는 얘기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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