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메달을 딴 최민호 박태환 남현희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베이징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귀국을 막았다. 이를 두고 귀국 환영행사를 위한 '볼모'라는 비난이 일자 이연택 KOC위원장은 "어떤 선수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IOC헌장까지 들먹이며 이렇게 설명했다. "상업적 행사에 이용하려는 기업, 단체들의 무책임한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요즘 TV의 추태를 보면 그의 우려가 결코 '변명'이 아니다.
▦ 귀국하자마자 마치 먹이를 만난 것처럼 TV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대부분이 예능 프로그램들이었다. 여기에는 도덕도, 체면도, 선수에 대한 배려도 없다. 오직 시청률만 생각하는 상업성과 선정성 뿐이다. 그러니 하는 짓도 비슷할 수밖에. 제목부터 '꽃미남 스타 금메달리스트'이다. 질문 역시 윙크, 인기, 결혼, 남자친구 같은 것들이다. 과열경쟁은 급기야 27일 KBS 2TV '남희석 최은경의 여유만만'이 당초 약속을 어기고 SBS TV의 '이재룡 정은아의 좋은 아침'과 같은 시간에 배드민턴 이용대 선수 이야기를 내보내는 추태로까지 이어졌다. 공영방송이라는 말이 부끄럽다.
▦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추석 때까지 시청자들은 온갖 오락프로그램에서 그들이 웃음거리가 되고, 망가지는 모습을 반복해 봐야 한다. 이용대와 이효정은 MBC '무한도전' 에, 펜싱의 남현희 역시 '무한도전'과 KBS '스타 골든벨' '해피선데이', 그리고 SBS '퀴즈! 육감대결'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MBC '무릎팍도사'는 다음주에 역도 장미란을 출연시켜 또 결혼과 남자친구에 대해 물어 본다. 유도 최민호도 SBS '스타킹' 녹화가 잡혀 있고, 지금도 대여섯 개 프로그램에서 그를 잡으려고 안달이다.
▦ TV 잘못만은 아니다. 선수들로서도 TV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는 않다. 이제 '대중 스타'가 됐다는 환상에 빠졌을 수 있고, 이 참에 그렇게 되고 싶은 욕망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대들이여 기억하라! TV는 절대 당신들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희생자는 결국 선수로 살아가야 할 당신 자신들이다.
10여년 전, 축구스타로 주가를 날려 갑자기 TV의 단골손님이 됐던 홍명보가 어느날 '중단'을 선언했다. 자신이 바보가 된 느낌 때문이었다.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달리 박태환이 예능프로그램 출연 절대 불가를 선언한 것을 보라. 시청자 뿐 아니라, 올림픽 스타에게도 TV는 '바보상자'다.
이대현 논설위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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