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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의 선택/ "역사적인 부통령 지명"… 매케인 '페일린 효과'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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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의 선택/ "역사적인 부통령 지명"… 매케인 '페일린 효과' 승부수

입력
2008.09.0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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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44세의 여성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깜짝 지명, 대선 승리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일단 공화당은 페일린 주지사 카드가 유권자의 이목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고 부통령 후보 발표 이후 정치자금 모금액이 급증한 점에 비추어“조짐이 좋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매케인 의원 진영에 따르면 하루 1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온라인 모금액수가 페일린 주지사의 부통령 후보 지명 소식이 전해진 뒤 29일 하루 동안 400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29일 성명을 내고 “매케인 의원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 결정은 미국민이 매케인 의원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경선에서 패해 여성 대통령의 꿈을 접어야 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페일린의 역사적인 부통령 지명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면서 “페일린 주지사는 대선 논쟁에서 중요하고도 새로운 목소리를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페일린 효과’의 파괴력을 시사하고 있다.

힐러리 의원의 발언은 여성이면서도 개혁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페일린 주지사가 미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부통령 후보라는 희소성뿐 아니라 민주당도 대놓고 거부하기 어려운 명분을 갖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페일린 주지사의 등장은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여성 민주당 지지자들을 더욱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공화당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다소 어눌하고 호소력이 떨어지는 매케인 의원과는 달리 페일린 주지사의 연설은 오바마 의원에 버금갈 정도로 선동적이라는 점에서는 오바마 의원의 ‘바람’을 공화당식 ‘여성 바람’으로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그러나 20개월여의 주지사 활동이 경력이 거의 전부인 페일린 주지사가 민주당과 언론의 혹독한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검증의 측면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6선의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은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 있으나 이제부터 시작인 페일린 주지사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에서도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페일린 주지사가 가족 문제 때문에 주 경찰국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는 등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나타나고 있다. 공화당이 기대하는 대로 페일린 주지사가 민주당 내부를 분열시키고 힐러리 의원 지지자들을 포함한 여성 표를 몰아올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페일린 주지사의 부통령 후보 지명에 대해 일부 여성들은 공화당의 결정에 감동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페일린 주지사의 철저한 낙태 반대 입장 등 때문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여성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령의 매케인 의원에게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페일린 주지사가 과연 대통령을 대행할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회의가 일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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