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변화를 할 것이냐(Deep Change),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Slow Death)."
10년전인 1998년 9월 1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SK(현 SK에너지)를 맡은 최태원 회장의 취임 일성은 '변화' 였다. 당시 내수기업으로 인식되던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08년, 그는 SK를 재계 3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집단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 10년간 최 회장의 경영성적표는 눈부시다. 1998년 37조원대였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82조원대로 커졌다. SK에너지는 최 회장 취임 이후 해외시장 개척과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추진한 결과 2004년부터 매년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2006년부터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98년 2조6,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던 SK텔레콤은 이제 매출 10조원을 넘는 국내 이동통신사업 선도주자가 됐다.
물론 굴곡도 있었다. 최 회장은 2003년 SK글로벌의 채무를 줄여 이익을 부풀린 분식회계 혐의로 옥고를 치른다.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고 풀려나긴 했지만 그의 앞엔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투기펀드인 소버린이 ㈜SK의 지분 15%를 매입, 경영권을 위협하고 나선 것. 다행히 국내 우호주주들의 도움으로 그룹을 지킬 순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막대한 수업료를 물어야만 했다. 소버린은 무려 8,000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을 올렸다.
최 회장은 이러한 위기를 오히려 SK의 투명 경영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았다. 최 회장은 2003년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언한 데 이어 이듬해 3월 ㈜SK의 사외이사 비율을 70%까지 확대했다.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도 현재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이 60%를 넘고 있다. 나아가 지난해엔 지주회사체제를 도입,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한 수직 구조의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최 회장의 다음 화두는 무엇일까. 그는 취임 1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의 50년을 패기 있게 도전하기 위해 우리가 강점을 가지는 분야에서 신(新)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준을 높여가는 한편 SK 브랜드를 공유하는 회사들이 스스로 생존기반을 확보하면서도 동시에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SK가 강점을 가지는 분야는 에너지, 환경, 생명과학이다. 앞으로 사업운영의 방향은 '친환경 녹색성장'의 기조에서 추진될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일 최 회장의 취임 10주년 행사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 SK의 모태인 울산에서 조촐하게 진행된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박영호 ㈜SKㆍ김신배 SK텔레콤ㆍ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임직원 300여명이 참석한다. 그가 10년 후 또 어떤 모습으로 SK를 변화시켜 놓을 지 지켜볼 일이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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