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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7년 전 중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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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7년 전 중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

입력
2008.09.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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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베이징(北京)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침통한 심정으로 미국과 중국의 7년을 비교했고, 사흘 뒤 이를 칼럼으로 내놓았다.

2001년 7월 중국은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고, 두 달 후 미국은 '9ㆍ11 테러'라는 끔찍한 사건을 맞았다.

이후 중국은 경기장 및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돈을 퍼부었고, 미국은 알 카에다에 맞섰다. 중국은 더 좋은 경기장과 공항 및 도로를, 미국은 고성능 금속 탐지지와 무인항공기를 만들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으로 전장을 넓혔고, 중국은 대외 개입을 피하며 국가건설에 매진했다.

그동안 다른 길 걸은 미국과 중국

그 결과 프리드먼은 "초라한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해 낡아빠진 맨해튼으로 들어오는 것과 번쩍거리는 상하이공항에서 시속 300㎞의 첨단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들어오는 것을 비교해 보면 어디가'제3세계'인지 분명해진다"고 평가하기에 이른다. 그는 "7년간 제자리 걸음을 걸었던 미국은 이라크 일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국가건설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미래를 보고 싶으면 중국으로 가라"고도 했다.

같은 폐막식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낸 한국 선수들의 늠름함에 흐뭇해 하면서 올림픽이 남긴 개운치 않은 앙금을 되새김질했다. 올림픽 기간 불거진 중국인들의 반한(反韓)감정이다. 한국팀과 싸우는 상대 국가를 일방적으로 응원한 중국 관중의 태도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혹 한국 상품 판매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했다.

이런 감정은 어디에서 왔을까. 개막식 리허설을 미리 공개한 한 한국 방송사와 '쑨원(孫文)이 한국사람이라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다'는 식의 중국 인터넷의 허위 정보 등에 의해 촉발됐다는 게 중론이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들은 2005년 한국이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했던 전후를 주목한다. 당시 중국인들은 "한국이 중국 전통을 빼앗아갔다"고 분노했고 이후 중국에서는 한국이 한자, 침술 등의 전통을 약탈해간다는 식의 피해의식이 퍼졌다.

그런데 중국인들의 분노는 7년 전 우리의 분노를 닮아 있다. 2001년 중국 정부는 중국 동북지방의 역사를 재정립한다는 명목으로 동북공정을 결정한다. 이듬해 이 사업이 본격화하자 한국은 반중 정서에 휩싸였다. 동북공정은 한중 수교 이후 친밀도를 높여온 양국에게 정서적 충돌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한 사건이었다.

동북공정은 한중관계가 한일관계처럼 역사의 굴레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우려를 심었다. 발해역사 왜곡 논란, 백두산 공정 등에서 보듯 실제로 그런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감정의 생채기를 키우고 있다.

이제 대(對)중국 감정도 관리를

물론 동북공정과 그 이후 역사 문제에서 한국의 반응은 필연적이었고, 중국 내 반한정서의 모든 원인도 아니다. 우리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최근 반한 감정의 바탕에 중화주의의 자긍심과 '한국 정도면 넘어설 수 있다'는 자부심이 깔려 있는 것도 짚어야 한다. 하지만 7년 전부터 양측 정서가 삐걱대기 시작했던 점만은 분명하다.

한중관계의 관리를 고민하는 우리는 이제부터 이런 앙금들을 관리해 양국 관계가 제자리 걸음을 걷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역사 문제로 주기적으로 냉ㆍ온탕을 오가는 한일관계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프리드먼의 말처럼 미래의 중국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이제 감정과 분노도 관리해야 한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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